[선전촬요연의] 전심법요(專心法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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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촬요연의] 전심법요(專心法要) (1)
  • 석주 스님
  • 승인 2007.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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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촬요연의(禪典撮要演義)(5)

(1)머릿말

전심법요는 황벽희운(黃蘗希運) 선사의 법어를 배휴(裵休)가 기록한 것이다.

대개 조사가 남긴 글 중에는 여러 가지가 있어 한말로 특징을 말할 수 없지만 불법의 골수를 직접 드러내고 그 근원을 척개하여 전면 제시하는 것이라 보면 그런 대로 무방할 것이다. 따라서 거기에는 군더덕이 말이 없다. 나무 잎파리나 가지를 헤아리는 거이 아니라 나무 밑 둥을 끓고 쪼개고 그 뿌리를 드러낸다 고나 할까! 그 중에도 표현이 얼마간 달라서 전번의 최상승론의 경우와 같이 이론적 다리를 만들어서 교학 적인 설명법을 취하기도 하고 또는 희론과 갈등을 끊고 말과 생각으로 이를 수 없는 곳을 말없이 노출시키는가하면 또는 말이 끊인 곳에서 말이 말 아니고 생각이 생각 아닌 말과 생각을 써서 말이나 게송을 토해 낼 때도 있다. 그것이 말이 아니고 행동거지 일 때도 물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말과 생각이 아닌 도리를 말로써 말하여 말아닌 도리에 대한 믿음을 일단 심어주는 경우도 있다. 이 최후의 경우는 이것이 조사의 곡진한 자비설화임은 말할 것도 없다. 황벽 선사의 전심법요는 이 최후경우에 해당하는 것이라고나 할까? 불조 골수를 직절근원(직截根源)에서 말하지만 거기에 범부에 대한 깊은 배려가 지나치도록 넘치고 있는 것이다. 내용에 대하여는 군말할 것 없이 본문에서 보기로 하고 저자에 대하여만 언급하여본다.

(2)황벽 스님과 배휴(裵休)

황벽 스님에 관하여는 이미 본지「불과의 성좌(星座)」에 지관(智冠) 스님이 자세히 말하고 있는 것이 보이므로 생략한다. 다만 독자의 기억에 남기기 위하여 한말만 한다면 황벽 선사는 당(塘) 말엽에 중국 홍주에 머무셨던 남악하(南嶽下) 三世의 대 조사다. 백장(白丈)선사의 법문을 받고 크게 종승(宗乘)을 현양한 대 종장이다. 황벽 스님이 교화한 시대는 당(唐) 문종(文宗) 무종(武宗) 선종(宣宗)의 시대였지만, 그 사이에 재가 제자인 배휴(배상국(裵相國))의 조양은 실로 컸다. 황벽 스님은 무종의 파불(破佛)을 지나 다시 불법이 빛을 드러내던 선종의 4년에 시적(示寂)하고 있다.

조사들의 법을 잇거나 법어를 기록한 재가 거사도 적지 않지만 여기 배휴만큼 대 종장(大宗匠)을 받들고 법을 배워 오도(悟道)하고 종사(宗師)와 더불어 불법을 현양한 사람도 드물다. 또 배휴만큼 기구한 출생을 가진 사람도 없을 것이다.

배휴는 보통 배상국(裵相國)이라 부른다. 재상을 지낸 거사이기 때문이다. 자(字)는 공미(公美) 당 덕종(德宗) 13년(797) 중국 맹주에서 태어났다. 태어났을 때 그는 쌍둥이인데 그것도 쌍둥이끼리 등이 맞붙은 말하자면 기형아였다. 부모가 용감했는지 지혜로웠든지 그들을 칼로 잘라 두 아이로 만들고 살점이 좀더 붙었든지 한족을 형, 한쪽을 아우라 하였다. 이름은 똑같이 도(度)를 썼지만 음은 달라서 형은 법도를 <도>이고, 아우는 헤아림을 의미하는 <탁>이라 하였다. 그후 배휴는 조실부모하고 외삼촌에게 몸을 의탁하여 지냈고, 동생 탁은 어디론지 떠나고 알 수 없었다. 어느 날 외숙 집에 어떤 스님이 오셔서 외숙과 이야기 하고 있었다. 배휴가 문밖에서 듣자하니 자기를 두고 하는 이야기들이다.

『저 아이는 누구입니까?』

『저의 생질인데 부모가 없어서 데리고 있습니다.』

『저 아이를 내 보내십쇼.』

『부모 없는 아이를 어떻게 내보낸단 말입니까?』

『내가 보니 저 아이는 워낙 박복한 아이여서 부모마져 잃었지만 얻어먹을 아이입니다. 저런 아이를 집안에 놓아두면 이웃집까지 가난해 집니다. 저 아이 팔자대로 얻어먹으려면 먼저 이 집부터 망해야 하니 그렇게 되기 전에 아예 미리 내보내십시오.』하는 것이다. 외숙은 아무 말이 없다. 스님이 돌아간 뒤에 외숙에게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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