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현대의 과학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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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현대의 과학사상
  • 관리자
  • 승인 2007.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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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익살쟁이로 이름이 높던 버나드.쇼가 어느 땐가 장본인인 벨르그송 철학을 앞에 두고 철학을 강연한 일이 있다. 아무래도 이야기하는 내용이 벨르그송 자신의 생각과 다른점이 있어 참다못해 벨르그송은 『그것은 좀 틀린 곳 같은데!』하였더니 쇼의 대답이 걸작 이였다. 『가만히 있어. 나는 나의 벨르그송 철학을 이야기란 것이지 당신의 벨르그송 철학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라고 되려 호통을 쳤다는 일화가 있다.

수학을 전공해온 필자가 수학을 통해서 불교를 이야기한다는 것이 어쩐지 쑥스럽지만 버나드.쇼의 「용기」를 빌려서 붓을 들어본다.

붓다가 아난과 더불어 간디스강을 건너가기 위해 강변에서 배를 기다리며 하시던 말씀이다.

『강을 건너가기 위해서는 배로 건너갈 수 있고 또 뗏목도 좋고 다리로 건너가는 것도 무방할 일이다. 진리의 강을 건너 피안에 도달하는 것도 이와 같다. 어떤 방법으로라도 대오(大悟)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글을 보면 수학과 관련지어서 불교사상의 이야기를 해도 별로 어색하지 않을 것이라는 변명도 생길 법도 하다.

수학을 단순히 과학의 내용을 설명하기 위한 도구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인류가 이성을 자각하는 첫 동기는 「셈」에서 시작되었으며 그 위에서 줄곧 지성을 다듬어 왔다. 그만큼 수학은 지성과 밀착되어 있기 때문에 수학을 통한 종교, 철학이 있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스의 플라톤 시대만 하더라도 수학은 오늘날처럼 과학이나 기술과 관련해서 인간의 지성적 생활에 영향을 미쳤던 것은 아니다. 수학의 창조력은 오로지 철학적 측면에서 그 의의가 인정되었다. 플라톤의 아카데미아 정문 현판에, 『기하학(11수학)을 모르는 자는 이 문을 들어서지 말라.』고 적힌 글의 참뜻을 이와 같은 입장에서 풀이해야함은 물론이다. 수학적 사고란 가령 모래 위에 그려진 불완전한 원을 눈앞에 두고 있으면서도 사실은 원 그 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념의 세이(世異)를 꿰뚫고있다(법률)고 하는 플라톤의 생각은 저 이데아(Idea)논을 발전시키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나중에 칸트가 순수이성비판(純粹理性批判)에서, 『수학적 직관은 선험적 종합비판이다』고 주장한 명제는 플라톤 이래의 수학 관을 요약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세계의 공통적인 과학의 언어로 제 구실을 하고있는 수학에는 플라톤 시대의 고리타분한(?) 철학적인 냄새는 조금도 없다. 세련되어 있다고 할까, 세속화되었다고 할까, 어쨌든 현대수학은 어느 모로 보아도 「과학적」이다. 그러나, 옛날과는 또 다른 뜻으로 수학과 철학의 밀월시대가 시작하고 있다. 철학관계의 논문집에서도 수학적 기호가 마구 쓰이고 있다. 특히 논리학의 분야에서는 수학적인 방법을 도입(=수학 이론학)함으로써 더욱 값진 연구가 가능하다는 것은 하나의 상식으로 되어있다. 뿐만 아니라 수학 측에서도, 기초론 이라는 중요한 연구영역은 궁극적으로 하나의 「철학」을 갖게 만든다. 이 분야에서 각각 형식주의, 논리주의 또는 직관주의라고 하는 따위의 몇 가지「주의」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 그 좋은 예이다.

바꾸어 말하면 수학은 어떤 특정의 과학이기 이전에 「간지성(間知性)」이였던 것이다.

불교는 「자등명(自燈明)」으로 요약되는 바와 같이 지성을 통해서「안심입명」즉 해탈의 경지를 얻자는 것이다. 따라서 불제자의 슬기가 수학 사상과 교차된 점이 많았던 것은 단순한 우연의 문제는 아니고 인간 지성의 기본적인 성질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종교에 있어서의 지성은 논리적인 의미에서 만의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단순한 논리의 부정도 아니다. 그것은 추론의 극치에서 스스로를 넘어서서 종교적 정열로 승화될 차원 높은 지성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불교적인 지(知)와 학문적인 지(知)의 의미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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