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깨우는 닭의 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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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깨우는 닭의 울음
  • 관리자
  • 승인 2007.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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禪心 詩心

  사람살이의 한 평생을 꿈에다 비유하는 일은 동서고금에 흔히 있는 일이지만, 이 꿈을 깨우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 차이가 있다. 그 중에서도 이 꿈을 제대로 일깨우는 것이 선(禪)이 아닐까 한다. 선에서 말하는 「말을 여의고 생각을 끊는다.」는 것은 이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그 순간의 자리가 매우 표현하기 어려움을 뜻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 현상의 세계가 꿈이라면 꿈을 꾸고 있는 저쪽의 세계가 진실일 것이요, 꿈의 세계가 허망한 것이라면 꿈을 깨고 난 이 현상이 진실일 것이다.

  그러나 위는 이 현상계에서 진실을 발견할 수 없기에 꿈으로 비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꿈을 깬 상태가 진실이라면 이 현상계의 꿈을 빨리 깨어나야 한다. 그러려면 지금의 이 모든 생각을 끊어 버려야 한다. 이것이 바로 선에서의 깨달음, 돈오(頓悟)의 순간이 아니겠는가 생각된다.

  깨달고 난 후의 그 깨달음을 말로 표현하려면, 또 이 현상계의 언어 곧 꿈속의 언어이니 그 언어를 여윌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그러기에 하나의 할(喝)로 외치고, 하나의 방(棒)으로 내리치는 것은 아닌가.

  장자(莊子)가 꿈에 나비가 되었다가 깨고 나서 하는 말이 「꿈속의 나비가 나냐, 지금의 내가 나비냐」했음을 현실과 꿈을 넘나드는 그 순간의 자리를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선의 깨달음에 한 발짝 넘겨 디딛지 못한 한계가 있다고 생각된다. 선의 깨달음이었다면 「나비다」하는 한 말로서 만족했을 것은 아닌가 여겨진다.

  그러나 꿈과 현실이 아무리 다르고 이것이 꿈이고 저것이 현실이든, 이것이 현실이고 저것이 꿈이든 있는 여여한 실상에는 변함이 없다.

  명나라 때 감산덕청(憨山德淸)선사의 시는 이런 점을 매우 시사적으로 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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