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신앙과 전공을 있게 해준 한용운 편 <불교대전(佛敎大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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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신앙과 전공을 있게 해준 한용운 편 <불교대전(佛敎大典)>
  • 관리자
  • 승인 2007.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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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을 결정한 불교서

바로 엊그제 일 같지만 돌이켜 세월을 더듬어 보니 어느세 40년 가까운 이전의 일이 되어버렸다.

중학(6년제)을 가정 사정으로 다니다 말고 아예 농사일하며 독학으로 소년시절을 보내다가, 나중에 고등학교제도가 생기고난 뒤 형편도 풀리고 해서 시골 어느 농업고등학교에 입학했었다. 나이도 많은데다 독학을 했던 기질 때문인지 학교생활이 따분해서 틈틈이 다른 공부를 하다가 본격적으로 고시 준비에 돌입하면서 학교를 당분간 쉬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도 무모하게 너무 무리를 해서 그만 병을 얻고 말았다. 그을음 때문에 코구멍이 까맣게 되는 석유 호롱불 밑에서 밤새워 책을 들여다 보느라 누적된 수면부족에다가 당시 가난한 농촌위 식생활에 영양실조까지 겹쳐서 건강이 극도로 악화된 것이었다. 시들어가는 손자의 몰골을 보신 할아버님께서 끄다시피 친분이 두터운 한약방으로 나를 데리고 가셨다. 한의사의 처방과 충고를 듣고 집으로 돌아오자 할아버님은 내 책상위에 있던 책을 아궁이에 넣어버리시고는, 약을 장만하시는 한편 절대 공부를 못하게 엄히 꾸짖으셨다.

그 뒤 나는 절에서 약을 먹으며 요양하게 되었는데, 그 때 우연히 읽게된 책이 <불교대전(佛敎大典)>이었다. 특히 할아버님의 엄하신 당부도 계셨고 해서 가급적이면 독서도 삼가고 있던 때였다. 더구나 당시 시골의 조그만 산사에는 순 한문(옆에 토를 단)의 <아미타경>이 나 <지장경 · 법화경>등 극히 몇권의 경전밖에 없었는데 어쩐지 미신(迷信)스럽고 뒤떨어진 책같아 아에 펼쳐볼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읽을 거리를 찾는 버릇이 스님의 책상 위에 꽂혀 있는 몇 권 안되는 책을 눈으로 더듬다가, 문득 눈에 익은 이름을 발견하고 얼른 뽑아 든 것이 이 책을 만나게된 첫 인연이었다. 물론<불교대전>이라는 책명은 전혀 생소하였지마는 편자로 되어있는 ‘한용운’은 상당히 친근감을 주는 낯익은 이름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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