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라만상 스스로 먼저 알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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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라만상 스스로 먼저 알리라
  • 관리자
  • 승인 2007.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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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신시심

매년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이러한 우주 자연의 정해진 순환을 모를 사람은 없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 속에 늘 맞이하는 계절이건만 계절은 언제나 새롭기만 하다.

계절의 변화를 가장먼저, 그리고 가장 확실하게 알려주는 것은 아무래도 자연이다. 버들강아지 움트고 먼 산에 아지랑이 아른 거리면 봄인 줄 알고, 신록(新綠)이 산야를 뒤덮고 시원한 그늘이 아쉽다 생각되면 이미 여름이 된 것이다. 아침저녁 서늘한 바람이 옷깃에 스미고 길가에 코스모스 하늘거리면 어김없는 가을이며, 앙상한 나뭇가지에 찬바람 스치고 따뜻한 온돌방에 아랫목이 그리워지면 겨울이 왔음을 알 일이다. 옛날 산중의 운자(隱者)들이 달력 없이도 계절의 바뀜을 쉽게 알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이 자연의 변화 때문이었다.

올해도 벌써 가을이 완연하다. 어느새 명지산의 단풍소식이 들려오고, 약삭빠른 여행사들의 단풍놀이 유객(誘客)광고가 벌써부터 어수선하다. 아닌 게 아니라 가을의 풍광(風光)은 아무래도 단풍이 제일이다. 온 산을 타는 듯 붉은 색으로 뒤덮고 차가운 개울물이 그 밑을 흐르는 가을의 산행은 뭐니 뭐니 해도 덥지도 춥지도 않은 상쾌한 날씨와 함께 일 년 중 가장 즐거운 산놀이임에 틀림없다. 그 중에도 필자의 기억으로는 합천에 가야산(伽倻山,) 정주에 내장산(內藏山), 그리고 속초에 설악산(雪嶽山) 단풍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 특히 가야산에는 해인사(海印寺) 내장산에는 내장사(內藏寺), 설악산에는 신흥사(神興寺)가 있어, 이들 심산의 고찰(古刹)들과 어울려 단풍은 더욱더 아름다웠던 기억이다. 깊은 산 무르녹은 단풍 속의 고색이 창연한 사찰, 여기에 종소리가 은은히 울려 퍼지는 정경은 실로 우주적 자연의 신비와 불교적 선미(禪味)가 조화된 한 폭의 그림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역대 고승들의 선시 중에는 단풍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이 전한다.

그 중 고려 말 혜근(慧勤 1320~1371)과 근대의 경봉(鏡峰 1892~1982)의 작품을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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