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갑자기 몰아닥친 태풍 ‘나비’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은 나 같은 사람들은 그냥 혀를 끌끌 차며 안타까워하는 정도이고 뉴스가 잠잠해지자 쉽게 잊었다.

그런데 직장동료 중 한 사람이 며칠 어두운 얼굴이었다. 알고 보니 시부모님 두 분이 태풍피해가 가장 심한 지역인 울릉도 서면에 살고 계시다 이번 피해로 집터만 남겨놓고 모든 삶의 터전을 한꺼번에 잃었다고 하였다. 70대 노부부가 오랫동안 터를 내리고 살던 고향에 남아 삶을 지키고 있었는데, 아이들을 낳아 기르던 추억과 칠십 평생 살아온 가족의 역사를 한꺼번에 잃고 허망해 하고 계신다고 하였다. 객지에 나와 살고 있는 자녀들이 있긴 하지만 모두 결혼생활에서 크게 살림을 일군 것도 아니니 부모님 두 분 집 한 채 지어드리기도 쉬운 노릇은 아닐 것이다.

안타까운 마음에 직원들과 어르신들이 힘을 합하여 성금을 모아 작은 정성을 보냈더니 큰 도움도 아닐 텐데 너무 고마워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