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아닌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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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아닌 가을
  • 관리자
  • 승인 2007.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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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손길

가을이 오면 몸과 마음에 변화가 뒤따른다. 특히 여자보다는 남자가 가을을 더 탄다고 하는데, 음양오행원리에 따르면 가을은 움츠러드는 계절이라 양기(陽氣) 많은 남성이 가을의 음(陰) 기운에 빠져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날씨가 차가워지면 혈액이 몸의 중심부로 이동하게 되어, 내부 장기가 힘을 받아 위장의 운동 또한 활발해진다. 따라서 식욕이 증가하여 체중도 늘어나게 된다. 말(馬)뿐만 아니라 사람도 살찌는 계절이다.

그런데 가을 아닌 가을이 계속되고 있다. 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가 싶더니, 추석을 전후해 보기 드문 폭우를 비롯한 잦은 비가 속을 썩인다. 이러다간 가을을 느껴보지도 못한 채 겨울로 넘어가지 않나 조바심마저 난다. 아무쪼록 어려운 이들에겐 겨울이 짧고 따뜻해야 할 텐데 종잡을 수 없는 이상기후에 영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

서응필(66세) 씨를 찾은 날도 아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서응필 씨는 현재 폐암 3기로서 병원에 입원해 18회에 걸쳐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으나, 암세포가 갈비뼈로 전이되어 앞으로의 치료가 불투명한 상태다. 병간호를 하고 있는 부인 정덕봉(57세) 씨마저 허리디스크와 퇴행성관절염을 앓고 있어 의자에 앉고 서는 것조차도 매우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몸에 도사리고 있는 병은 그뿐이 아니었다.

“저도 이미 남편보다 앞서 암 선고를 받았던 몸입니다. 5년 전 자궁경부암으로 수술을 받아 지금은 완치됐지만 그 이후로 정신이 가물가물해요. 얼마 전에는 맹장에 이상이 생겨 떼어내는 수술을 했어요. 그런데도 복통이 계속되고 혈변이 나와 병원에 가니, 아무래도 대장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정밀 검사를 해보자고 합니다. 10월에 검사를 받는데 혹시 대장암이 아닐까 두려운 마음이 앞서네요.”

초로(初老)의 부부가 서로 애처로운 듯 상대의 모습을 지그시 바라본다. 이들 부부가 인연을 맺은 것은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철공소에서 일하던 서응필 씨는 전 부인과 이혼하고 혼자 딸을 키우고 있었으며, 정덕봉 씨는 처녀의 몸으로 어머니와 동생들을 돌보는 가장 역할을 하며 힘겹게 살고 있었다. 이웃 할머니의 중매로 만나 서로의 처지를 딱하게 여겨 결혼에 이르게 됐다. 세 딸을 더 낳아 부모님과 더불어 여덟 식구라는 대가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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