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안에 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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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안에 우리가 있다
  • 관리자
  • 승인 2007.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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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노동자 인권문제에 대한 불교적 대안

안산 원곡동에 가면 우리와 다른 피부와 눈동자를 한 이들이 당신을 보고 순박한 미소를 지을 것이다. 눈이 파란 사람, 얼굴이 검붉은 사람, 터번을 쓴 사람, 사리를 입은 사람 등 국가도 인종도 다양하지만, 그들은 모두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조국과 가족을 떠나 이역만리 땅에서 우리가 3D 업종이라고 포기한 노동을 대신하는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3D라는 말대로 우리가 더럽고 어렵고 위험하다고(dirty, difficult, dangerous) 생각하는 노동에 자신의 몸을 던져 일한다. 이들은 한국에 머무는 동안 자신의 삶을 거의 희생한 채 쥐꼬리만한 임금을 받아 생계유지를 하는 돈을 제외하고는 송금하거나 저금을 한다. 누구보다 순박하고 선하며 누구보다 근면하지만 누구보다 착취당하고 인권을 유린당하는 이들이 바로 그들이다.

예전 같으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이 한국에 일어났다. 전형적인 인력 수출국이었던 나라가 급속한 근대화와 경제발전을 달성하여 인력 수입국으로 전환하였다. 한국인은 이제 굳이 3D 업종에서 저임금을 받으며 일하지 않아도 먹고 살 만큼 잘 살게 되었다. 인력난의 위기에 봉착한 한국의 자본가들은 비싼 임금을 지불하고 한국인을 고용하느니 말이 통하지 않고 기술력이 모자라도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것이 더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하였고 이는 국가도 마찬가지였다. 80년대 말에 이르러 저임금과 노동 강도가 심한 중소 제조업체에서 시작하여 건설현장에 외국 인력이 도입되기 시작하였고, 식당, 농장, 어장, 유흥업소, 원양어선의 선원에 이르기까지 노동환경이 좋지 않고 임금이 낮다고 생각되는 곳에는 여지없이 외국인이 들어와 한국인 대신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가 혐오하는 일,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우리가 요구하는 임금보다 턱없이 싼 가격으로 대신 수행하고 있으나 이들에 대한 노동 착취와 억압, 소외는 아직 노동에 대한 인식이나 주체를 제대로 형성하지 못한 이들의 관점에서 보아도 참을 수 없을 지경이다. 전혀 방비책을 마련하지 않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이들이 일하다 손가락을 잘렸는데도 기업주가 불법체류자라는 것을 이용하여 보상금 한 푼 주지 않고 쫓아낸 일이 현지 신문의 사회면을 장식한 예도 비일비재하다. 전혀 인간이 일할 수 없는 환경에서 노동을 하는 바람에 팔다리가 잘리고 암이나 백혈병 등에 걸리는 예도 아주 흔한 일이다.

세계화의 그늘

세계화는 실질적으로는 미국화였다. 미국의 사고와 생활방식이 거의 전 세계인의 사고와 생활방식이 되었다. 세계화 이후 빈곤층은 더 빈곤해졌다. 최상위 20%와 최하위 20%의 수입 차이는 1960년엔 30:1이었으나 세계화가 단행된 90년엔 60:1로 두 배 이상 늘었으며 99년엔 74:1에 달하였다. 1999~2000년에 28억 명이 하루에 2달러 이하로 생활하고 8억 4천만 명이 영양실조 상태에 있다. 반면에 미국의 기업은 원료가 싼 나라에서 아무 저항 없이 원료를 사서 임금이 싼 나라에서 노동자를 고용하고 세금이 싼 나라에 본사를 세우는 방식으로 막대한 이윤을 얻었다. 이처럼 세계화는 빈곤을 심화하였을 뿐만 아니라 제3세계가 자발적으로 근대화하거나 빈곤을 극복할 수 있는 싹마저 제거하였다. 곧 제3세계의 자생적인 산업구조마저 해체하였다.

이 때문에 제3세계의 빈곤층은 자기 나라에서 살 방도를 찾지 못하고 목숨을 걸고서라도 탈출하여 유럽과 미국, 아시아의 부국으로 잠입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화로 자본과 상품의 국경은 없어졌지만 정작 인간은 구매력이 있어야 국경을 넘을 수 있다. 국가 차원이든 기업의 차원이든 자본이 허용해야만 이들은 이주 노동자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이 점은 이주노동자의 처지가 자본의 논리에 의해 규정됨을 의미한다. 자연 이주노동자들은 노예보다 못한 노동 강도와 노동착취, 노동억압을 감수하며 생을 영위하여야 한다. 과거에 노예가 되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쳤던 그들이 이제 자발적으로 노예가 되고자 목숨을 걸고 있는 것이다.

자본이 허용한 이주노동자는 그나마 행복한 노동자다. 불법 체류자는 발견 즉시 국외 추방된다. 때문에 악덕 기업주는 이들을 가혹하게 착취하고 억압한다. 몇 달, 심지어 몇 년씩 임금을 체불하기가 다반사이고 일을 하다 팔다리가 잘리고 오염된 노동환경으로 암에 걸려도 보상은커녕 치료도 제대로 해주지 않았으며 이에 대해 항의하면 불법 체류자로 신고하겠다고 윽박질렀다. 시민운동으로 악덕기업주의 횡포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2003년 2월 현재 한국의 외국인노동자 36만 7,158명 중 합법적인 노동자가 7만 9,350명, 불법 노동자가 28만 7,808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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