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나신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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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나신 날에
  • 관리자
  • 승인 2007.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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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뜨락

움켜잡은 꽉 쥔 주먹 살며시 펼쳐보니
슬며시 들어오네, 펼친 손 안으로
주는 기쁨, 나누는 정, 무소유의 자유로움.

한눈 판 새 삐져나온 게으름과 허한 심정, 미움의 앙금들
님이 주신 계율 잡고 박차고 올라가네.

벅찬 일이 지친 날 몰아치고 길 잃은 사람이 거칠게 부딪쳐와도
모두 내게 참는 힘 주시려는 님의 선물이라 생각하니
파랗게 멍든 마음 절로 눈부시게 밝아지네.

눈뜨나 눈감으나 떠오르는 님에게로 즐거우나 괴로우나 단숨에 달려가니
인제 알겠네, 세상의 가장 깊은 즐거움은 수행 정진에서 솟아남을.

어느 때나 어떤 때나 님 향한 이 한 마음 오롯이 지켜가니
마음은 어느새 한 경지에 이르고.
시시각각 변하는 거짓 나는 버려두고
님 향한 사랑으로 온 세상과 하나 되는 진정한 나를 찾아
님의 품에 안긴 채 텅 비어져 가득해진 반야지혜 노래하네.

부처님 나신 날 곰곰이 생각하네,
세상 모든 이의 님이 되어주는 것이
이 세상에 거듭거듭 님을 나게 함인 것을.

*이 시는 이광수의 시 「애인」(육바라밀) 에 빗대어 쓴 시이다.

정영희 | 1954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J. D. 셸린저(Salinger)로 석사,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W. B. 예이츠(Yeats)와 셰이머스 히니(Seamus Heaney)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텍사스 주립대학 (at Austin)에서 수학하고 매사추세츠 주립대학(at Amhurst)에서 객원 연구원으로 있었다. 현재 경주에 있는 위덕대학교 영어학부 교수로 저서로는 『셰이머스 히니』(서울, 평민사)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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