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집을 짓는 사람입니다. 좋은 집을 짓고자 노력하는 사람이지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자연을 담은 집’이라는 명함을 건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회사 이름이 참 이쁘네요.”라고 운을 뗀 후에는 “자연을 담은 집은 어떤 집입니까?”라고 물어 옵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지금은 “말 그대로 집 안에 나무와 흙 그리고 햇빛, 바람 등을 담는 것입니다.”라고 얘기를 합니다. 그러다가 전문적인 내용인 건축의 재료적 측면(흙, 나무, 천연소재 등)과 시스템적 측면(태양광 발전과 풍력을 이용한 대체 에너지, 우수를 활용한 연못이나 중수) 또는 친환경적 요소(자연 발효 정화 등)까지 이야기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알게 된 것입니다만 많은 사람들이 좋은 집에 대한 생각이 제각각이란 것입니다. 편안한 집, 햇빛이 잘 드는 집, 공간구성이 좋은 집 등을 좋은 집의 근거로 꼽기도 하고 간혹 비싼 집을 좋은 집이라고 거리낌 없이 얘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집이 투기, 투자의 목적으로 되는 현실은 가장 심각하게 왜곡된 형태의 주거문화이며, 이로 인해 집이 가지고 있는 성격에서 가치 있는 것들은 희석화되고, 오히려 몰가치적인 자본 중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집을 투기나 투자의 대상으로부터 자유롭게 대할 때에 우리 또한 좋은 집을 만들며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