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면서 돌밥을 드시던 스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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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면서 돌밥을 드시던 스님들!
  • 관리자
  • 승인 2007.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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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현행자의 세상 사는 이야기/ 공양간 이야기

낙엽 없는 가지 위에 소복히 쌓인 눈이 포근하다. 눈부신 하얀 솜털 옷이지만 그 따뜻함은 나의 실수를 감싸주었던 대중스님들의 마음에는 비할 바 못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대중처소로 출가하여 행자생활을 거쳐 소위 새스님이 되었다. 계를 받으면 소임의 전선에 뛰어 들어 채공, 공양주, 별좌 등등을 살아야 한다. 그 소임들 중 나에게는 공양주의 소임이 주어졌다. 소임을 살며 우리는 절집안의 법도를 하나하나 익혀 간다. 어른스님들의 부드러운 말씀과 때로는 눈물이 뚝뚝 흐를 정도의 매서운 경책을 받아가며….

내가 하공양주를 살 때의 일이다. 보통 상공양주는 밥을 하고 하공양주는 쌀 씻기, 설거지 등 밥을 하는 데 필요한 일들을 다 해야 한다. 한 번은 녹두밥을 하게 되었는데 나는 녹두를 씻어서 한곳에 두고 상공양주스님께 말씀을 드렸다. 상공양주스님은 씻어두었다는 말에 돌을 다 골라서 바로 쓸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셨던지 녹두를 가지고 점심공양을 지은 것이다. 나는 ‘상공양주스님이 돌을 고르셨나 보다.’ 이렇게 생각하고 확인을 하지 않았다.

그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했던가. 그 녹두에는 유난히 돌이 많았던 것이다. 가마솥밥이라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푸르스름한 녹두밥은 누가 보아도 먹음직스러웠다. 나와 상공양주스님은 밥을 보며 행복한 기분으로 대중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렸다. 그러나 이것이 웬일! 밥을 입에 넣는 순간 “우드득” 돌 씹히는 소리가 온 몸을 진동하는 것이 아닌가. 옆을 돌아보니 함께 공양을 하고 있던 채공스님들도 같은 상황이었다. 나와 상공양주스님은 숟가락을 놓고 멍하니 그대로 있었고 다른 스님들은 돌을 골라내어가며 조금씩 조금씩 밥을 먹었다. 큰방 대중스님들은 인기척이 없었다. 태풍 전야의 고요함이 바로 이러한 느낌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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