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갈 길은 어디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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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갈 길은 어디로 3
  • 관리자
  • 승인 2007.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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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법석/ 관응 스님

생명의 이치를 깨달으면…

우리가 평생을 살아도 태어날 때 어떻게 태어나는지 모르고, 지금 살고 있어도 사는 것이 어째서 살아지는지를 모릅니다. 그리고 이 몸뚱이가 없어지면 죽는다고 했는데 죽는 것이 어째서 죽는지를 몰라요. 우리 생명이 하는 일을 전부 모르고 있어요. 우리는 하나도 모른단 말입니다. 모르고 사니까 장님이 길을 걸어가는 것과 같아서 행방도 정할 수 없고 위태롭습니다. 이만저만 위태로운 게 아닙니다.

산 사람은 숨이 쉬어져야 삽니다. 숨이 끊어지면 죽었다고 하거든요. 보통사람들은 어째서 끊어지는지, 어째서 숨이 쉬어지는지 모릅니다. 깨닫기 전에는 다 모르지요. 그런데 부처님처럼 생명의 이치를 깨달으면 생명이 하는 일은 전부 다 알아버립니다.

부처님께서 해인 삼매로 들어가면 세 가지 세간이 한꺼번에 다 보입니다. 우리는 자기 자신도 어떻게 태어나는지 모르고 어떻게 사는지 모르는데, 부처님께서 깨달으시고 보니 일체 중생 업과, 인과응보가 다 보이는 겁니다.

어떤 중생이 과거 몇 억 겁 전에 어떻게 돼 가지고, 어떻게 살아 나오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도 알고, 우리가 살고 있는 기세간의 무정지물(無情之物), 낱낱 물건에 대해서도 본말시종을 과거에 보고 현재에 보고 미래에 보는 것이 아니라 도장 찍어놓은 것처럼 과거 일이 현재같이 보이고, 미래 일이 현재같이 다가와 보이는 걸로 보여요.

이 컵을 어느 공장에서 누가 만들었는지 다 알아요. 처음에 이 컵을 만든 다음 어떤 사람이 물을 마셨는지, 물을 마신 사람이 김가인지 박가인지도 다 압니다. 그래 가지고 언제 가서 깨진다는 것까지 알아요. 한마디로 낱낱 물건의 본말시종이 한꺼번에 환히 보이더라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지 못합니다. 장님 모양으로 눈을 감고 앉은 것처럼 전부 보이질 않아요. 생명이 어떻게 되었는가 하는 것도 눈으로 안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모르는 사람을 끌어다가 아는 것으로 인도해 주는 것, 모르는 부지(不知)에서 능히 아는 자리, 밝게 아는 자리(明知)로 운전해 주는 것이 부처님의 책임입니다.

꿈 속에서는 꿈인 줄 모른다

부처님께서 45년 동안 설하셨는데, 마지막 8년 동안 부처님이 깨달은 걸 다 내놓은 설법이 바로 법화경입니다. 부처님이 깨닫고 나서 전부 아신 얘기가 모두 다 나옵니다.

깨달은 것을 깨닫지 못한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이, 한꺼번에 쉽사리 되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49년 동안 끊임없이 말씀하신 것입니다.

어쨌든 지금 우리는 전부 모르고 앉아 있습니다. 밖으로는 물건이 눈으로 보이고 귀로는 들리고 코로는 냄새 맡아지고 입으로는 맛이 알아지고 몸뚱이는 껄끄럽다, 부드럽다, 차다, 덥다를 알고, 뜻에 가서 좋다 나쁘다를 알아요. 색성향미촉법, 육진 경계가 실물로 있는 양으로 알아요. 그런데 우리가 깨닫지 못해서 실물로 있는 것처럼 나는 것이지, 부처님께서 깨닫고 보니까 그게 안 보이더라는 겁니다. 우리가 보이는 색성향미촉법이 안 보이고 그것보다는 미묘한, 아주 찬란하고 장엄한 세계가 보인다는 거예요. 하지만 우리에겐 그것은 안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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