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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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는 즐거움
  • 관리자
  • 승인 2007.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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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세상 이렇게 일굽시다

크게 아프고 나서 복잡한 세상에 나가지 않고 글만 쓰면서 살고 싶었다. 그래서 도심을 떠나 은현리(銀峴里)라는 산골로 이사를 왔고 3번째 봄을 맞이하고 있다. 인연처럼 만난 은현리는 마을이름부터 좋았다. 숨어살고 싶다고 했더니 은현리를 은현리(隱賢里)로 해석해주는 친구도 있어 더욱 좋았다.

그 때부터 자호(自號)를 두문처사(杜門處士)로 정했다. 두문불출에서 따온 말이다. 저잣거리와 같은 세상으로 나가는 문에 빗장을 지르고 살고자 다짐했던 탓에 그런 건방진 자호를 가졌었다.

두문동(杜門洞)이라는 마을이 있었다. 경기도 개풍군 광덕면 광덕산 서쪽에 고려왕조의 충신들이 모여 살던 곳이다. 이성계의 조선에 반대한 고려의 유신 72명은 두문동에 들어가 끝까지 세상으로 출사하지 않았다.

경남 함안군 산인면 모곡리 장내마을에는 고려동(高麗洞)이 있다. 두문동에 살았던 모은(茅隱) 이오(李午)는 남쪽으로 내려와 마을에 담을 치고 그 곳을 고려땅으로 선언하고 평생 담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나는 두문동이나 고려동의 삶이 부러웠다. 숨어살기를 작정했다고 해서 두문동이나 고려동 사람처럼 살겠다는 높은 뜻은 아니었다. 가능하면 새로운 인연을 만들지 않고 싶었다. 그쯤에 나는 사람 만나기가 두려웠다. 말을 하기도 싫어졌다.

자연으로 귀의해서 신문도 읽지 않고 TV도 보지 않고 살아보니 참 편안했다. 마당에 목련나무와 벚나무를 심어 친구하고 개를 기르며 동무 삼았다. 함께 살지만 자연은 사람에게 말을 건네지 않아 좋았다. 자연에서 생활을 하다보니 말이 사람에게 얼마나 불필요한 것인가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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