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으로 들어가는 마음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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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으로 들어가는 마음 공부
  • 관리자
  • 승인 2007.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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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강연

2년 전 어느 날 서울의 지하철을 타고 갈 때 일입니다. 서서 영자신문을 읽고 있는데, 갑자기 전철 맞은 편 문으로 한 사람이 들어와서 “할렐루야, 오직 예수님을 믿어라. 예수님 믿지 않으면 지옥 간다.”(웃음)고 하더군요. 저도 어렸을 때 예수님을 믿었고, 지금도 성경 말씀을 읽고 공부하는 사람이기에 그냥 듣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사람이 갑자기 제 얼굴을 보면서 큰 소리로 “미국 아저씨, 예수님 나라에서 온 미국 아저씨가 왜 예수 안 믿어.”라고 하는데, 가슴이 두근거리는 거예요.(웃음) “미국 아저씨 안 돼. 예수님 안 믿으면 지옥에 간다.”고 몇 번씩이나 소리를 지르는데 진짜 붉은 악마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때 예전에 숭산 큰스님께 이런 상황에 부딪쳤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여쭤 본 일이 있었는데 스님의 답변이 기억이 나더군요.

“단전호흡하는 수밖에 없다.”는 큰스님의 말씀이 생각나서 단전호흡을 했습니다. 휴,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고…. 그런데 그 사람이 귀에다 대고 계속 떠드는 거예요. “미국 아저씨 안 돼. 예수 믿어야 해.” 그 사람의 집요한 말에 순간적으로 “너 때문에 예수 안 믿어.

당신이 믿는 예수는 안 믿어.”라고 했더니 그 사람 얼굴이 붉어져 가지고 다음 역에서 도망치듯 내리더군요.

이 사람의 독선적인 행동은 마음과 관련한 문제이고, 이러한 일은 불교계에서도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 스님 최고, 우리 절 최고다 하는 그런 우월주의가 바로 그와 같은 맥락의 것입니다. 이 세상 모든 종교는 우월주의, 배타성을 주의해야 합니다.

이 세상에 제일 독한 것이 바로 종교에 대한 맹신이에요. 사실 나는 맹목적인 종교를 싫어합니다.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문제를 살펴보면 종교와 관련된 게 아주 많습니다. 가정, 마을, 학교, 사회 문제를 잘 살펴보면 그 원인이 종교에서 비롯된 것도 많습니다. 이렇듯 종교에 대한 맹신, 맹목적인 믿음이 아니라 우리 내면으로 들어가는 마음 공부를 해야 합니다.

소크라테스도 “여러분 자신을 알아야 한다.” “나는 너한테 진리를 줄 수 없다. 산파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라고 했습니다.

성인(聖人)들은 사람 사람마다 제 각각 갖고 있는 진리로 태어날 수 있도록 산파 역할을 하는 분들입니다.

예수님도 하느님 왕국 안의 진리로 태어나라 하셨고, 불교에서도 너의 본래면목을 찾아야만 한다고 했습니다. 다 똑같은 말입니다. 우리 인간의 의식이 너무 약해서 내면으로 힘쓰는 것 대신에 종교의 껍데기만 맹목적으로 믿을 뿐이지 진정한 종교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습니다. 내면으로 나는 누구인가 스스로 물으면서 하느님 왕국을 보고 본래면목을 보아야 합니다.

여러분, 종교의 껍데기에 집착하는 것이야말로 굉장히 천박한 것입니다. 종교의 근본 바탕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하느님의 진정한 모습은 어디에 있는가? 나의 진정한 모습은 무엇인가? 하다 보면 진리에 도착할 수밖에 없습니다.

얼마 전 2주 동안 한국 교민을 위한 포교여행을 했습니다. 여행하는 동안 아주 재미있는 일이 있었어요.

어느 이슬람교도가 이슬람교와 참선에 대해 얘기하고자 나를 꼭 만나고 싶어한다고 해서 이 사람을 말레이시아에서 만났습니다. 이 이슬람교도는 국제변호사로서 머리도 좋고 전 세계로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과 친분을 갖고 있었습니다. 동양서적도 많이 읽고 있다는 이 사람의 자동차 안에 염주 같은 게 있더군요.

그래서 물어보았더니 이슬람교 신자들도 이 염주 같은 것을 돌리면서 알라신의 열 가지 이름을 부른다고 합니다. 불교에서도 옴마니 반메 훔, 나무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등 염불을 합니다. 카톨릭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우리 어머니도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데 로사리오를 돌리면서 성마리아 기도를 100번이나 200번 하셨어요. 나도 어렸을 때 그렇게 했구요. 그런데 그 이슬람 국제변호사가 너무 재미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이 사람은 알라신의 이름을 부르면서 머리 속으로 ‘알라신을 부르는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라고 한다는 것입니다. 이슬람교도 중에서 1% 정도는 이렇게 화두를 참구하듯, 명상하듯 알라신을 부른다고 하더군요.

그 사람이 말하길, “알라 알라 알라, 알라신을 자꾸 부르면서 나는 도대체 누구인지 묻는 공부를 통해서 나 없는 자리로 들어갔어요. 한 시간 두 시간 동안 하면서 진짜 알라신의 진정한 모습을 느꼈어요.”라고 하더군요.

이렇게 이 사람처럼 공부해서 종교 없는 자리로 들어가면 모두 다 똑같은 종교입니다. 종교를 벗어난 상태입니다. 그 사람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너무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그 이슬람 국제변호사처럼 그런 공부를 해야 합니다. 맹목적으로 믿지 말고 마음 공부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종교가 우월주의, 배타주의, 맹목적인 믿음에 빠지면 안 됩니다. 이것은 낮은 믿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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