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왕오천축국전] 35. 카이버 고개를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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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왕오천축국전] 35. 카이버 고개를 넘어…
  • 김규현
  • 승인 2007.10.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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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왕오 천축국전 별곡 35

‘통한의 고개’를 넘어서…

이번 호의 글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독자님들에게 간략한 ‘필자주(筆者註)’를 붙여야 하는 점을 사과드려야 하겠다. 실은 지금 연재하고 있는 이 「별곡」을 쓰기 위해서 필자는 15년 동안, 모두 7차에 걸쳐 ‘혜초의 길’을 답사한 바 있었다.

왜냐하면 그 작업은 워낙 방대한 것이기에 한두 번의 답사로는 5만 리나 되는 전 코스를 주파할 수가 없었고 또한 옛날 혜초 스님은 자유롭게 갔던 곳이라도 필자는 갈 수 없는 곳이 많았기에 가능한 곳만 부분적으로 답사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죽의 장막’에 가려 있던 붉은 중국의 광대한 영토가 그랬고, 러시아연방이 해체되기 전의 중앙아시아 제국이 그랬고, 탈레반 정권시절의 아프칸이 그랬다. 그러나 이 곳들은 혜초의 길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가 있는 길목이기에, 개인으로서는 정말 어찌할 수 없는 그런 ‘역사의 장벽’ 앞에 정면으로 맞설 때마다, 필자는 ‘역사는 후퇴도 하는가 보다’라고 자조어린 푸념도 늘어놓기도 하였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연재된 이 여행기는 몇 군데를 건너뛰어서, 직접 가본 곳만을 대상으로 시제를 통일하여 글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필자에게는 큰 아쉬움이었다. 그렇다고 가보지도 않은 곳을 자료에만 의지하여 글을 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누구도 흐르는 물길을 막지 못하듯, 역사는 앞으로만 나아간다는 것을 증명이나 하려는 듯, 불가능하게만 여겨졌던 곳들의 대문이 점차로 열리게 되어 필자의 글도 부피를 더해 왔다.

필자는 1997년과 2001년, 두 번씩이나 그 ‘통한의 고개’ 위에 서서 금단의 땅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쉬다가 돌아왔었다. 그러나 그 대문마저 열렸다. 이제 그 고개를 넘는다는 것은 바로 간다라예술의 중심지 아프칸으로, 이슬람의 발원지 이란으로, 나아가 님의 마지막 경유지 중앙아시아 제국을 거쳐 시발점인 장안(長安)에 이르는 님의 체취를 모두 맡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바로 완전한 회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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