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전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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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전을 열며
  • 관리자
  • 승인 2007.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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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향기/ 가을의 결실

태풍이 치거나 폭우가 쏟아지는 바다는 무섭기도 하고 설레이기도 한다. 때로는 바람에 창문이 뒤흔들려 잠 한숨 못 자도 이 바람 멎으면, 이 비 그치면 좋은 영상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들뜬 마음으로 지새기도 한다. 사진을 찍다 보면 언제나 나는 없고, 춥고 배고픈 사람만 있다.

이 큰 섬 제주에서 아는 사람 하나 없이 보름 정도 지내면 말하고 싶어서 저절로 소리가 나온다. 으악! 며칠을 빗소리만 듣고 해변가를 들락날락하면서 언제 개이나, 언제 개이나 하면 벌써 개어 있다. 한겨울엔 제주도 칼바람도 불고 비오는 바닷가에서는 그저 도망가고 싶다.

남들이 쓰지 않는 공간을 가지려고 용을 써 본다. 흔히 말하는 동양적인 공간, 그러나 결코 흔하지 않은 동양적인 공간을 가지고 싶다. 바다를 어느 눈높이에 놓고 바라볼까. 하늘과 바다 사이 수평선을 어디다 놓을까 생각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가끔 서울에서는 전깃줄을 보고 수평선이 생각났는데….

지금 이 바다는 절망적인 어두운 모습을 표현하지만 그 속에 희망이 툭 튀어 나온다. 예전에 나는 여자여서 너무 절망했다. 게다가 작고 말없고 사교성이 없는 것에 또 한번 절망했다. 시간이 지나 그런 것들이 나를 만드는 힘인가 보다. 어느새 나도 혼자 풍경사진 찍는 것을 즐기고 있다.

바다는 그저 자기 모습만 보여주고 나는 내가 보고 싶은 바다 모습을 본다. 나와 바다는 그런 사이다. 며칠을 기다려서 찍고 싶은 사진을 찍으면 난 세상에서 가장 큰 부자가 된다. 바다 앞에 서 있었다는 것이 마냥 좋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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