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49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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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49재
  • 관리자
  • 승인 2007.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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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영가와 천도

1985년인가 ’86년인가 어느 해로 기억되는 음력 3월 3일. 우연히 불광사 3층 법당에서 가사와 장삼을 벗어 놓으신 채 영단에 절을 하시는 광덕 큰스님의 모습을 뵈온 적이 있다. 그런데 그때 그 모습이 너무나 단정하고 아름다워 지금도 한 폭의 그림처럼 선연하게 내 가슴 속에 남아있다. 그 날은 바로 스님 당신의 생신일, 스님께서는 속가 선망부모님께 감사의 절을 올리시고 계셨던 것이다. 천도법문에 대한 글을 쓰려고 하니 문득 큰스님의 따스함과 자애로움이 그리움처럼 젖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일상의 생활 속에 불법 그 자체가 살아 숨쉬는 생활 그 자체이기를 염원하셨던 큰스님께서는 전법에 있어서도 어느 한순간 소홀함이 없으셨으니 비록 살아 생전에 인연은 깊지 않았더라도 먼저 가신 분들이 사후에서나마 부처님과의 인연을 맺게 해주는 것은 복과 덕을 함께 쌓는 전법자의 행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불행히도 친정아버님은 살아 생전에 부처님의 법문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큰스님의 법문을 들을 때마다 특히나 영가법문을 들을 때마다 아버님 살아 생전에 부처님의 장엄세계를 알 수 있게 해드려야겠다는 원을 세우게 되었다.

식도암이라고 하는 기약없는 병을 얻으시고 8개월간 병원에 입원해 계시던 아버님은 병상에 누우신 채 삼귀의와 오계를 수지하셨다. 그리고 혜담 스님의 말씀대로 조상천도재를 올려드렸다. 그래서일까. 어느날 마음을 정리하신 듯 아버님은 “72세 늙은이가 더 살면 무엇하겠느냐.”시며 병원 침대에 옷을 벗어두시고 전철을 타고 집으로 와버리셨다. 그리고 다시는 병원에는 가지 않겠다고 선언하셨다.

자식으로서 아버님께 드릴 수 있는 최상의 선물은 무엇일까. “삼천대천세계 만물은 하나요, 감사함으로 충만되어 있다”는 큰스님의 말씀이 아버님께는 그 무엇보다도 귀중한 양약이요, 번뇌를 떨칠 수 있는 묘약이지 않는가.

남은 시간을 감사와 편안한 마음으로 지내실 수 있도록 기도하며, 확신에 찬 신념으로 그러나 조용히, 아주 조심스럽게 아버님께 부처님 말씀을 들려 드렸다. 법회 때마다 광덕 큰스님께서 간곡하게 말씀하셨던 법문, 그리고 바라밀교육과 명교사, 포교사 교육 중 배웠던 말씀들을 그대로 전할 수는 없지만 정성껏 들려 드리면 조용히 경청하시며 아주 편안해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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