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가 깃든 산사 기행/ 충남 당진 상왕산 영탑사
“만 그루 나무에 울어대는 매미소리 절간이 떠나가라 들먹이는데 귀먹은 듯 우두커니 앉아 있는 스님 한 사람 갑자기 그 소리 뚝 그치자 청산도 후유 한숨 막막한 정적….”
한말 민비의 친러정책에 반대하다 그의 미움을 사서 면천군으로 유배된 후 영탑사 노전에서 5년 가까이 살았던 운양(雲養 金允植 1835-1922)의 시 ‘매미울음(詠蟬)’의 일부이다.
얼마나 고즈넉한 사찰이었을까? 깊고 깊은 산중 영탑사의 풍광을 한눈에 그려주고 있어 연거푸 되뇌어 읽는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이른 아침, 물을 댄 논에 모를 내는 손길이 분주하다. 새참을 앞에 두고 둘러앉아 땀을 식히는 정겨운 모습을 한참만에 발견하고는 흐뭇함 반 아쉬움 반이 교차한다. 일손 빠져나간 너른 들녘, 구릿빛 얼굴로 수많은 날들 홀로 오가야 할 농부님의 수고로움에 고개 숙여지는 까닭이다. 영탑사 부처님께 가는 길, 이 땅에 깃들어 사는 이들의 풍성한 삶을 위해 곡진히 절 올리자 하니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차령고개를 넘자 그 한쪽에 광덕산(廣德山, 699m)을 치켜세우고는 서해로 빠져들던 금북정맥이 갯내음에 돌연 위로 몸을 튼다. 서해바다를 한껏 지켜보던 오서산(烏捿山, 791m) 높다란 마루금은 곧 덕숭산(德崇山, 495m)과 가야산(伽倻山, 678m)을 넘어 서서히 몸을 낮추며 태안반도 안흥진 바닷가에 발을 담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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