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노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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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노년
  • 관리자
  • 승인 2007.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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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이 만난 사람 /밀양 박동원 선생

유난히 친근하게 다가오는 사람이 있다. 그럴 때면 자연스레 전생 인연을 생각하게 된다. 박동원 선생(65세)이 그랬다.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큰언니같이, 또 주제넘게도 마치 오랜 도반같이 느껴졌다. 교사인 동시에 신심 깊은 포교사였던 그녀와 만나 대화하면서 금세 의기투합했다.

그녀는 60세에 40년 세월의 교직생활을 접은 후 불교공부와 봉사활동에 전념하다가 밀양으로 내려갔다. 간간이 연락을 하고 지냈는데, 최근에는 전화통화조차 되지 않아 수소문해보니 선방(禪房)에서 정진 중이란다. 그녀가 수행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가슴이 뛰었다. 그녀의 삶이 미래의 희망사항이었기에 더욱 마음이 들떴는지도 모르겠다.

늙으면 수행하기 힘들다지만…

밀양역으로 마중 나온 그녀는 예전보다 훨씬 건강해 보였다. 산세가 아름다운 곳에 자리한 그녀의 토굴(밀양시 산내면 용전리)에서 “이렇게 경치가 빼어나고 공기 맑은 곳에 사셔서 나이를 거꾸로 드시는 것 같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수행하며 지역주민들을 포교하고 있는 사찰인데 그녀의 뜻대로 토굴이라 칭한다.) 퇴임 후 더 바빴던 그녀, 조계사 불교대학에서 공부하면서 파고다 공원, 과천 노인복지관, 시립요양원으로 분주하게 보살행을 실천하던 사람이 이곳에 내려온 연유는 무엇인가?

“불교공부와 봉사는 전국 어디에서나 할 수 있다는 생각, 무엇보다 동생 스님을 시봉해드려야겠다는 바람이 더 컸어요. 동생 스님을 졸라 토굴을 마련하고, 막상 함께 살면서부터 오히려 제가 동생 스님에게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그녀는 삶 자체가 부처님의 가피라고 생각한다. 막내 여동생이 출가하여 수행자가 된 것도, 불법 인연으로 만난 평생 도반(남편)이 먼저 토굴 수행, 자연스레 본인 또한 그 길을 걷게 된 것도….

“밭일, 도량 정리 등 쉴새없이 일하는 동안 번뇌가 저절로 내려지는 느낌을 받았지요.”

일에 열중하다 보면 망상 피울 여가도 없단다. 채소를 가꾸면서 농심이 천심이라는 말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듯 부처님전에서자연과 벗하며, 교리는 몰라도 말뚝 신심의 지역 주민들과 된장, 고추장, 김장 김치를 함께 담으면서 친해지다 보니 마을 아주머니들의 고충(문맹)을 알게 되었다. 아주머니들에게 한글카드를 만들어 가르쳤다. 3개월간 집중교육을 시키자 받침 없는 것은 읽기 시작했고, 다라니의 공덕을 얘기해주며 대부분 받침이 없는 ‘신묘장구대다라니’를 읽혔다. 공부하고 기도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린 마을 주민들은 너무나 기뻐했다. 농사철로 휴교한 야학은 올 겨울에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한편 마땅히 놀 곳도 없는 마을 아이들이 토굴로 모여들었다. 자연스레 어린이법회를 시작하게 되었고, 작년부터는 부처님 그림 그리기 대회까지 열었다.(벌써 2회째인데, 작품이 수준급이다.) 그러던 어느 날 동생 스님이 등을 떠밀었다.

“‘더 늙기 전에 수행해야 한다. 기도하고 봉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찾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동생 스님의 말을 듣고 선방에 가게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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