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수도 워싱턴 근교(近郊)에서 정토회 신도 모임 주최로 법회가 열렸다. 2003년 3월 4일, 주중(週中)임에도 불구하고 정토회 설립자인 법륜(法輪) 스님의 법문을 들으려는 사람들로 넓은 강당은 가득 찼으며 자리가 모자라서 계속 의자를 더 내놓고 있었다. 덕현 스님의 단소 연주에 이어 청법삼배(請法三拜), 그리고 잠시 입정에 든 다음 스님의 법문이 시작되었다. 2002년 라몬 막사이사이 평화상 수상 기념으로 미국을 순회하는 스님은 이목구비가 다 큼직하고 시원스러우며 파랗게 밀은 머리가 눈이 부실 정도로 깨끗했다. 얼굴 가득 잔잔한 미소를 띠고, 마치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듯이 나직하고 다정한 음성으로,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 하는 평범한 과제를 스님은 법회의 제목으로 제시했다.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잘 먹고 잘 입고 잘 노는 것인가, 하고 스님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지금 미국에 와서 사는 교포들은 1970년대 한국에서는 날고 기는 사람들이었다. 웬만해서는 미국 갈 엄두도 내지 못하던 시절에 그들은 잘 살기 위해 미국에 왔다. 접시 닦고 청소하고 가게 열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여 돈 벌고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학교 갔다 돌아오며 자랐다.
이, 삼십 년이 지나 이제 그들은 시간과 돈에 쪼들리는 고달픈 생활에서 벗어났다. 부자 동네에서 큰집을 사고 고급 자동차를 굴리며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돈을 벌었다. 그러나 그들 중의 몇 사람이 행복한가.
법륜 스님은 실례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어느 보살이 스님을 점심에 초대 해서 식당에 갔는데 이 보살의 시선이 자꾸 식당 입구로 가는 것이었다. 얘기 도중에도, 음식을 먹으면서도, 계속 입구를 흘끔거리기에 스님은 드디어, 누가 또 옵니까, 하고 물었다. 아니라는 대답이었다. 그런데 왜 아까부터 문 쪽을 보느냐고 하니까 보살은 그제서야, 값비싼 모피 외투를 식당 입구에 걸어놨는데 혹시 누가 가져갈까봐 걱정스러워서 자기도 모르게 눈이 자꾸 그 쪽으로 간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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