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임<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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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설임<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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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0.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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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악산 한화<雲岳山 閒話>[8]

  우리들에게 또 하나의 난치병이 있다고 보는데 그것은 망설임, 즉 의심입니다. 우리말의 뉘앙스로 보아서는 의심과 망설임은 별개의 것 같으나 한문경전에는 모두 의심 의(疑)자 하나로 통일되어 있습니다. 그리고는 그 해석으로서「모든 법」즉 사물에 대하여 확정적인 신념을 가지지 못하는 상태라고 하였습니다.

  사실 어떤 사물 또는 가르침에 대해 확실한 판단을 내리지 못할 때, 생기는 변수(變數)는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것입니다. 은근히 속으로만 끌탕을 하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공연한 사람을 미워하게도 되고, 나아가서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의처증(疑妻症) 같은 증세로까지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동서고금의 모든 신화에는 반드시 이 의심의 씨앗인 망설임이 작동하여, 정당한 가르침에「믿지 못하겠다」는 전제 아래 시작됩니다.

  우리의 개국신화에도 얌전하게 마늘과 쑥을 먹지 않은 이야기가 소개되었고, 기독교 설화에도 따먹지 말라는 과일을 따먹음으로서 생긴 사건이 있답니다.

  이들은 모두가 옳은 말을 믿지 않는 습성을 바탕으로 하여, 그 결과로 죄보(罪報)를 받는 것이 공통점이라 하겠습니다. 경전에서도 이 의심을 매우 비중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우선 의심의 행상(行相, 이론적 위치)을 살펴본다면 5둔사(鈍使)에 속하는 번뇌로서 탐(貪) • 진(嗔) • 치(痴) • 만(慢)과 서열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모든 번뇌의 근본이 된다하여 근본번뇌(根本煩惱)라고도 하고, 끊기가 매우 어렵다 해서 둔사라 불립니다.

  바른 법이 분명 있건만 그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없으므로 설마 하는 생각에 부당한 탐욕도 일으키고, 나아가서는 교만까지도 부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바른 법에 대한 신념이 없으면 마치 어두운 밤에 보물을 찾는 것 같아서 찾을 길이 없다고 하였으니, 이 의심은 선을 일으키는 일에는 방해가 되고 악을 짓는 일에는 선두자가 되는 것입니다.

  확고한 믿음이 없으므로 해서 게으름, 혼침, 들뜸, 어지러움 등 4가지를 동반하여 불신(不信)이라는 형태를 형성합니다.

  요즘의 세태를 불신시대(不信時代)라 부르고 있는데, 따지고 보면 모두가 상대방에 대한 의심 때문에 생긴 현상입니다.

  믿음의 불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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