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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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세상
  • 관리자
  • 승인 2007.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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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불교강좌

«많은 경전과 법문을 통해서 불교를 알게 되고 또 많은 것을 얻어 슬기로운 삶의 지혜로 삼는다. 그러나 청소년들에게는 한문 경전과 대승경전이 매우 난삽하고 부담이 되어 그 진의를 깨닫기가 어렵다. 이에, 이른바 초기경전이라 일컫는 아함경에 있는 짤막한 세존의 법문을 통해 현실과 현대인의 갈등을 관조해 보고자 한다. 문답 형식의 게송 가운데 번개처럼 스치는 인정과 지혜가 있다. »

프라세나짓왕이 제타숲의 아나타핀디카로 세존을 찾아 뵙고 예배를 드리고 나서 한 옆으로 물러나 앉아 『세존이시여, 이 세상이 문란해지고, 고뇌가 범람하고, 불안한 까닭은 무엇이옵니까?』하고 여쭈었습니다.

즉 이 세상이 무엇 때문에 문란하고 고뇌스럽고 불안한 지 여쭈어 본 것입니다. 질문을 받으신 세존께서는 『대왕이시여, 세상에 3가지 일이 생기기 때문에 문란해지고, 고뇌가 넘치고, 불안해지는 것이요. 이 3가지란, 첫째 탐욕이 생기면 세상이 문란해지고 고뇌가 넘치고 불안해지며, 둘째 성내는 마음이 생기면 세상이 문란해지고, 고뇌가 넘치며 불안해지며, 셋째 어리석으면 세상이 문란해지고, 고뇌가 넘치고 불안해지는 것이오.』하고 말씀하시고 이어서 다시 게송으로 설하시었습니다.

탐욕과 성내는 마음, 어리석음의

악이 마음에 생겨

그 사람을 해치느니

예컨대 저 대나무가

열매를 맺으면 넘어지듯이

앞 마당 울안에 개나리가 노랗게 피어나더니 뒷산의 진달래도 질세라 온 산을 발갛게 물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눈보라 치고 얼어 붙었던 겨울이 언제였던가 싶게 따뜻하고 보드라운 햇살이 온 누리를 연두빛으로 물들입니다.

저 멀리서 못자리를 살피는 농군의 모습이 그림처럼 한가롭고, 밭에 뿌려 놓은 두엄에서 아지랑이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사립문 옆 누렁이의 눈이 스르르 감깁니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마음의 고향 풍경이며 악(惡)의 그림자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지상의 낙원 바로 그것입니다.

멀리 바라보이는 산등성이가 둥그스름하고, 양지쪽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초가지붕도 둥그스름하고, 집을 둘러싼 돌담들도 둥그스름하고, 동구 앞의 닥나무도 둥그스름하고, 졸고 있는 누렁이 얼굴도 둥그스름하고ㆍㆍㆍ 불어오는 봄바람도, 포근히 내려 쪼이는 햇살마저도 둥그스름합니다. 보이는 것, 느끼는 것이 모두 둥그스름합니다.

그러니 그런 속에서 사는 사람들도 모두 둥글합니다. 얼굴 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그래 혹 그 마을에 지나던 길손이 들면 내 피붙이처럼 따뜻이 대접해주고 떠날 때는 양식거리라도 한 되박 걸망에 부어 주어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마음들입니다.

그러니 욕심장이도 없고, 남에게 눈 흘기는 못된 사람도 없고, 1년 12달이 다 가도록 동네에서 큰 소리 한 번 듣지 못합니다. 그야말로 부처님 마을입니다. 무슨 단속이니, 무슨 규제니, 무슨 선도위원이니 하는 것은 다른 나라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던 그 마을에 전등불이 켜지고 전화선이 처지고, 반듯반듯한 시멘트 벽돌이 들어오자 둥글둥글하던 초가지붕이 뾰죽한 스레트 지붕으로, 다시 칼로 자른 듯이 반듯반듯한 슬라브 양옥집이 생기면서 이 마을에 크나큰 회오리 바람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돈셈이 분명해지고 「네것」「내것」의 한계가 면도날처럼 날카로와지더니, 마침내 서로 터놓고 말 못할 고뇌가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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