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수행법] 화두명상(話頭冥想)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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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수행법] 화두명상(話頭冥想) 22
  • 혜봉 스님
  • 승인 2007.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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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수행법47

(지난 호에 이어서)

수련 중에 한 수련생이 혜봉 선생님께 물었다.

▶ 선생님, 어떤 분이 저한테 말하기를 자신은 ‘10년이 넘게 오직’‘이 뭣꼬’ 화두만 잡고 정진하고 있다고 하시면서 다른 화두는 절대로 잡으면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정말 그렇습니까?

혜봉 그런 법은 본래 없습니다.

▶ 그런 법이 없다니요?

혜봉 “이것만 해야 된다. 다른 것은 안 된다.” 하는 것은 이미 한 생각 지어서 묶인 것입니다. 법이라는 것은 본래 정한 것이 없는 것이 법인데 어떤 것도 정해서 절대화시킬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따라서 ‘이 뭣꼬’라는 화두 자체가 본성을 깨닫는 데 필요한 방편일 뿐인데 그 방편을 절대화시키면 법을 깨닫고자 화두를 잡는 것이 오히려 법을 등지는 일이 됩니다.

만약 그 분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무(無)’자 화두를 들고 깨달은 분이나 구지 선사의 ‘일지(一指)’ 화두를 들고 깨달은 분들이나 ‘부모미생전본래면목(父母未生前本來面目)’을 참구하여 깨달은 분은 절대로 안 되는 화두로 깨달은 일이 되니 “절대로 안 된다.”는 주장은 이미 법집(法執)이거나 망집(妄執)이라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난 것입니다.

▶ 제가 알기로는 그 분은 화두공부를 많이 하신 분으로 알고 있는데 그 분이 잘못된 견해에 묶여 있다는 말씀이군요.

혜봉 제가 그 자리에 있지 않아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말한 분이 정말 그와 같은 견해에 묶여 있기 때문에 그와 같은 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들은 사람이 잘못 들어서 지금과 같은 질문을 하게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말한 분이 그와 같은 견해를 주장하거나 들은 분이 잘못 듣고 그와 같은 견해에 묶인 것이거나 상관없이 “이것만하고 다른 것은 절대 안 된다.” 하는 것은 그 자체가 이미 상이요, 집착이니 추호도 집착하지 말고 즉시 놓아 버려야 합니다.

▶ 선생님도 그렇게 말씀하신 일이 있었습니다.

혜봉 언제, 어떻게 말했는지 이야기 해 보세요.

▶ 얼마 전에 한 수련생을 보고 “너는 돌아다니지 말고 앉아서 정진만 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혜봉 그랬던 일이 있지요.

▶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혜봉 어떤 생각을 하고 있습니까?

▶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혜봉 제가 묻는 바를 잘 듣고 답을 하세요. (잠시 침묵) 당신은 어떤 화두를 참구하고 있습니까?

▶ 사실 어떤 화두를 잡아야 될 지 고민이 됩니다.

혜봉 그 이유가 뭐죠?

▶ 첫째는 어느 화두가 좋은지 모르겠고, 둘째는 어떤 화두를 참구해야 참나를 깨닫는지 모르겠습니다.

혜봉 당신이야말로 오직 ‘이 뭣꼬’ 화두만 들어야겠군요.(대중들 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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