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소리 한강에 이르도록 쉼없네
상태바
물소리 한강에 이르도록 쉼없네
  • 관리자
  • 승인 2007.10.0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설화가 깃든 산사기행|/운악산(雲岳山) 현등사(縣燈寺)현등사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여름 두물머리 너머 청평으로 몸을 담그는 조종천을 거슬러 오른다. 운악산 현등사는 그렇게 투명한 물길을 따라가야 제격이다. 굳이 한북정맥(漢北正脈)을 곱씹지 않더라도 순간순간 반짝이는 은빛 물결이 그 이름에 담긴 뜻을 일러주니 말이다.

두물머리를 내다보며 앉아 있던 운길산 수종사도, 저기 불암산 불암사도, 운악산 봉선사도, 진관사, 승가사 등 수많은 사찰과 함께 서울을 굽어보는 삼각산도 다 이 물줄기가 가름한 큰 산에서 빚어낸 산들이리라. 그래서 저 산에 오르면 멀리 국망봉과 광덕산을 넘어 녹슨 철조망도 아랑곳 않고 여름 봉래산(蓬萊山)으로, 백두산으로 달려가는 힘찬 산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운악산(雲岳山)은 경기의 금강(金剛)으로 불리울 만큼 그 이목구비가 수려한 산이다. 병풍처럼 줄지어선 기암 괴석이 눈앞이요, 수묵화인 양 그려진 첩첩 산들이 등 뒤에 서 있다. 계곡을 따라 흐르는 푸르스름한 옥빛 맑은 물은 때묻은 손을 담그기가 송구스럽기까지 하다. 하여 현등사 보광전 앞에 서서 바라보노라면 왜 이곳에 절이 섰는가에 대한 의문은 스스로 꼬리를 감춘다. 운악산 현등사는 그러한 산의 자태를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자리에 서있는 것이다.

현등사(懸燈寺, 031-585-0707)에 들어서니 마침 재가 있는지 극락전이 사람들로 가득하다. 아미타 부처님께 드려야 할 인사를 뒤로 미루고 서둘러 산을 오른다. 과연 ‘악(岳)’ 소리 나는 산인지라 두 손 두 발을 땅에 붙이고 기어오르길 40여 분. 잠깐잠깐 스치는 산바람이 소스라칠 정도로 서늘한데 산 전체로 웅웅거리던 염불소리가 뜻밖에 또렷하다. 산마루에 올라보니 비를 머금은 안개가 산을 멀리 감추고 말았다. 그런데 카메라를 꺼내든 사진기자는 그모습이 더 좋은지 도무지 내려갈 생각을 않는다.

『봉선사본말사지(奉先寺本末寺誌)』 등의 기록에 의하면 현등사는 신라 법흥왕(514~540) 때 인도의 마라하미(摩羅訶彌) 스님을 맞이하여 세운 절로 산 이름을 운악(雲岳)이라 했을 뿐 창건 당시의 절 이름을 전하지 않는다. 그 후 신라 말에 도선(烟起 道詵; 827-898) 대사가 개경이 새 나라의 도읍이 될 줄 알고 송악산(松嶽山) 아래 세 곳에 약사도량을 창건하였으나 풍수 상 동쪽의 지세가 약해 이를 보(補)할 곳을 찾아 운악산의 옛 절터에 절을 중창했다고 한다.

고려 희종(1204-1211) 때에는 보조(普照) 국사가 운악산에서 사흘 밤 방광(放光)하는 것을 보고 찾아가니 다래덤불 속에 관음전이 있고 전의 남쪽 석대 위에 옥등이 꺼지지 않고 있음을 보고 중창하여 현등사라 하니 비로소 그 이름이 드러난다.

‘흰 구름이 일어나는 석산(石山)’, 운악산 현등사의 창건과 중창 내력인데 이어 함허 스님과 관련된 중건과 전설이 스님의 부도탑과 석등처럼 나란히 전해 온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