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동계(參同契)와 초암가(草庵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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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동계(參同契)와 초암가(草庵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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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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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 세계

육조혜능(六祖慧能)의 법을 이은 제자는 43인이라 한다. 그 가운데 흔히 청원행사(靑原行思)·영가현각(永嘉玄覺)·남악회양(南嶽懷讓)·남양혜충(南陽慧忠)·하택신회(荷澤神會) 등 5인이 정통 제자로 일컬어진다. 이 가운데 이번 호부터는 이들 제자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사상을 엿볼 수 있는 것으로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우선 청원행사 계통을 이은 석두희천의 『참동계(參同契)1)』를 비롯하여 영가현각의 『증도가(證道歌)』와 하택신회의 『신회어록(神會語錄)』의 순서로 진행하고자 한다.

『참동계』의 저자인 석두희천(石頭希遷)은 청원행사의 법을 이었다. 석두희천(石頭希遷, 700∼790)은 단주(端州)의 고요(高要) 사람으로 진씨(陳氏)의 후손이다. 출가하여 조계산(曹溪山) 보림사(寶林寺)에 나아가 육조혜능을 뵈었으나 구족계를 받기 전에 혜능이 시적(示寂)하였다. 그래서 혜능의 유언대로 청원행사에게 나아가 수행하여 그 법을 이었다.

석두는 이후 천보년간(天寶年間, 742∼756)에 형악(衡岳)으로 가서 남대사(南臺寺) 동쪽에 대(臺) 같은 반석 위에 암자를 짓고 좌선하였다. 여기에서 석두화상(石頭和尙)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790년 12월 6일 세수(世壽) 91세 법랍(法臘) 63세로 입적하였다. 탑명(塔銘)은 견상(見相)이다. 이후 목종(穆宗)이 무제 대사(無際大師)라는 시호를 내렸다.

석두의 사상을 엿볼 수 있는 것으로는 우선 『참동계』와 『초암가(草庵歌)2)』 등을 들 수가 있다. 『참동계』는 모두 5언 44구 220자로서 짤막한 글이다. 그러나 『참동계』 이후 조동종지(曹洞宗旨)의 하나인 상호(回互)와 부상호(不回互) 원리의 원류(遠流)로서 중요시되고 있다.

이것은 본래 화엄의 도리로서 모든 것이 뒤섞여 있으면서도 개개의 성품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잉불잡란격별성(仍不雜亂隔別成)의 원리를 말한 것이다.

『참동계』라는 제목은 그 명칭을 위(魏)나라 백양(伯陽)이 쓴 『참동계』 3권의 선서(仙書)에서 따온 것이다. 백양의 제목의 뜻을 보면 천(天)·지(地)·인(人)이 참(參)이고, 그것이 하나로 합하여 가없는 것을 동계(同契)라 하여 그 원리를 자연에서 빌려온 것이다.

그러나 석두희천의 『참동계』는 그와는 다르다. 단지 말만 빌렸을 뿐 그 내용을 완전히 바꿨다. 곧 석두의 『참동계』에서는 뜻을 오직 불법의 대의인 만법일여(萬法一如) 연기무생(緣起無生)에 두고 있었다.

『참동계』라는 제목이 보여주고 있는 세 글자는 전편(全篇)의 대의(大意)를 나타내고 있다. ‘참(參)’은 참호(參互)·교참(交參)·참잡(參雜)의 의미로서 삼라만상(森羅萬象) 사성육범(四聖六凡) 등 일체가 각각 차별의 모습으로 나타나 있는 것이다.

‘동(同)’은 합동(合同)·화동(和同)·동등(同等)의 뜻으로서 일체가 현상으로 보면 각각 천차만별이지만 본체로 보면 추호도 차이가 없는 제법평등(諸法平等)의 원리를 지니고 있다.

‘계(契)’는 계합(契合)·증계(證契)의 의미로서 앞의 ‘참(參)’의 차별현상과 ‘동(同)’의 제법평등이 상호간에 상즉상입(相卽相入)하는 묘용을 나타낸다.

이리하여 ‘참(參)’은 차별적인 만유현상의 모습으로 상(相)을, ‘동(同)’은 그 현상의 이면에 깔려 있는 본체로서의 근본을 말하는 체(體)를, ‘계(契)’는 이러한 차별현상과 그 동일성으로서의 본체를 상호(回互)와 불상호(不回互)의 원리로 수용하는 차별즉평등(差別卽平等) 평등즉차별(平等卽差別)이라는 만법의 묘용(妙用)으로서의 용(用)을 나타낸다.

이처럼 그 제목은 일찍이 백양(伯陽)이라는 선인(仙人)이 천지만물의 체(體)·상(相)·용(用)을 설하여 선술(仙術)을 닦아 천지의 본체에 계합하려고 쓴 『참동계』 3권에 의한 것인 만큼 석두(石頭)는 언어는 옛 것을 빌렸으나 그 골자는 일체만유가 일여연기(一如緣起)로서 무생(無生)한 것임을 설명한 것이다.

그리하여 석두(石頭)는 이러한 만법평등의 원리에 입각하여 당시 남돈북점(南頓北漸)이라는 두 종파 사이의 배격을 일소(一掃)하고 평등일여(平等一如)의 대도(大道)를 천명하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었다. 이 『참동계』의 상호 불상호의 사상은 이후 조동종의 오위사상(五位思想)의 원리적인 근거가 되었다.

또한 『초암가』는 안빈낙도하면서도 그 유위(有爲)에 떨어지지 않는 선사의 초탈한 심경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글이다.

참동계(參同契)

竺土大仙心 竺土大仙(부처님)의 마음은

東西密相付 東西로 은밀하게 서로 부촉한다.

人根有利鈍 사람의 근기는 영리하고 둔한 것이 있지만

道無南北祖 도에는 남북의 돈점이 없다.

靈源明皎潔 신령스런 근원은 밝고 맑은데

枝派暗流注 枝末은 그윽하게 흐른다.

執事元是迷 事에 집착하는 것은 본래 미혹이고

契理亦非悟 이치에 계합하더라도 그것은 깨침이 아니다.

門門一切境 육근의 일체경계는

回互不回互 回互도 하고 또 不回互도 한다.

回而更相涉 回互하면 다시 涉하고

不爾依位住 그렇지 않으면 제자리에 머문다.

色本殊質象 색은 본래 형질과 모양을 달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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