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져 내리는 장면을 TV에서 되풀이 방영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저는 뜬금없이 그 책임이 ‘근대 올림픽 정신’에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였습니다. 제가 110층 짜리 건물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면서 느닷없이 ‘근대 올림픽 정신’을 떠올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10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근대 올림픽은 ‘더 높이’·‘더 빨리’·‘더 멀리’를 최고의 덕목으로 내세웁니다. 이 근대 올림픽 정신은 지난 100여 년 동안 이 세계의 지배 이데올로기였고, 지난 세기 동안 우리 인간은 참으로 ‘더 높이, 더 빨리, 더 멀리’를 위하여 앞 모르고 달려 왔습니다. 상상해 보면 잘 아실 것입니다. 얼마나 빨라지고 높아졌으며 또 얼마나 멀리까지 나갔는가를 말입니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 이런 것을 두고 ‘발전’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근대 올림픽 정신이 가져온 책임과 문제점〔過〕에 대하여는 참으로 무관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