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내 수행을 돕는 가장 귀한 도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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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내 수행을 돕는 가장 귀한 도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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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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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스님/ 의정부 통일 안국사, 선재동자원 지산 스님

“아빠, 나랑 놀자.”

경기도 의정부시 호원동, 아름다운 도봉산 기슭에 자리한 통일 안국사·선재동자원에서 가장 먼저 들은 것은 다섯 살배기 영재가 지산 스님께 놀자는 소리였다. 한편 영재에게 스님을 뺏길까봐 세 살배기 세령이는 더욱 스님 품을 파고들고, 자원봉사자인 정점순(43세) 씨에게 안겨있던 생후 13개월 된 지훈(2세)이도 자꾸 스님께 가려고 버둥댄다. 다운증후군에 심방결격, 갑상선 저하증 등의 질병을 갖고 태어나 병원에서 부모에게 버림받고 생후 13일 만에 이 곳에 온 지훈이는 유독 스님을 밝힌단다.

“스님께서 애들한테 우리 같은 사람이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잘해주십니다. 애들이 아무리 속을 썩여도 화를 내시는 것을 본 적이 없어요.” 라는 정점순 씨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짐짓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세상 인심 중에 가장 무서운 것이 아이들 인심이다. 아이들은 자기에게 잘해주는 사람,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은 기가 막히게 잘 알아본다. 스님을 껴안고 뒹굴고, 떼를 쓰고, 장난을 치는 아이들, 제 부모 밑에서도 탈선하는 아이가 많은데 이 도량에서는 단 한 명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만 보더라도 평소 아이들에 대한 스님의 사랑을 잘 알 수 있었다.

선근 인연을 심고 가꾼다

세속적인 선입견에 의하면 부모의 이혼으로 버림받았거나 일찍이 부모를 잃고 친척집에 전전하다가 온 아이들이 사는 곳인지라 분위기가 어둡지 않을까 생각하기 십상인데 아이들 모두 구김살 없이 밝고, 너무나 우애가 깊어 오늘날 흔치않은 대가족을 방문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부러울 정도다.

문득 옛 스님들 중에는 다음 생에도 출가 수행하기 위해서 일부러 가난한 집이나 조실부모할 집을 택해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동진 출가하여 큰 도를 이루었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 생각은 저녁예불에서 더욱 확고해졌다. 크고 작은 여러 사찰에서 예불을 드린 적이 많았지만 그날처럼 감동스러운 적이 없었다. 45명의 아이들이 나란히 줄을 서서 예불을 드리고 이어 이산혜연선사 발원문을 외우는데 가슴이 뭉클하였다.

“시방삼세 부처님과 팔만사천 큰법보와 보살성문 스님네께 지성귀의하옵나니 (중략) 보현보살 행원으로 많은 중생 건지올제 여러 갈래 몸을 나퉈 미묘법문 연설하고 지옥 아귀 나쁜 곳엔 광명 놓고 신통 보여 내 모양을 보는 이나 내 이름을 듣는 이는 보리 마음 모두 내어 윤회고를 벗어나되…(생략)”(이산혜연선사 발원문 중)

날마다 예불을 드리고 이산혜연선사 발원문과 반야심경을 외우며 하루를 열고 닫는 아이들, 설령 그 뜻을 잘 모른다 해도 알게 모르게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이들에게 훈습될 것이다.

아이들을 사랑으로 감싸면서 ‘조석예불 빠지지 말기, 도둑질 하지 않기, 싸우지 말기, 거짓말 하지 않기’ 등 올바른 심성을 심어주는 스님의 노력은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여 도벽이 있었던 아이도 6개월이면 그 버릇을 고치고, ‘절에 사는 아이들이라 역시 다르다’며 주위사람들로부터 칭송받고 있다.

한편 “체계적인 복지교육을 통해 올바른 사회봉사활동을 하라”는 스님의 뜻에 따라 유아교육과를 나와 현재 동경대 사회복지학과에서 유학 중인 청년도 있는 등 선근 인연으로 이 도량에 온 선재동자들은 모두 부처님 품안에서 올곧게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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