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엔 금이 그어져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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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엔 금이 그어져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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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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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스님/계룡산 국제선원 무상사 조실 대봉 스님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이 테러를 당한 모습을 접하면서 그 사건이 발생하기 일주일 전 뵈었던 대봉 스님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유태계 미국인인 스님의 남다른 출가 인연 이야기, 깊은 수행의 향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보살님, 한국에 살면 한국 말을 해야 하는데 한국 말 잘 못해서 미안합니다.(평소 스님께 수행지도를 받고 있는 인연으로 통역을 자처한 최윤정 선생이 ‘스님께선 국내에서 안거 중일 때는 묵언정진으로 일관하시고, 주로 해외의 선원에서 외국인들을 지도하셨기 때문이라고 귀뜸한다).”라고 서툰 우리말로 말문을 여는 스님을 뵙는 순간 절로 마음이 열렸다. 또한 그 미소는 얼마나 평화로운지 “대봉 스님을 처음 만나면 모르는 사람도 이내 그의 친절하고 부드러운 미소에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라는 현각 스님의 말씀(『만행』 2권, 99쪽)이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고통에서 발심의 싹이 트다

“여덟 살 때였던가. 흑인과 백인의 차별 상을 보고 가슴이 아팠지요.”

인종 갈등을 접하면서 괴로워하던 소년은 11살 때 일본으로 캠프갔을 때 가마쿠라 대불을 참배하면서 크나큰 감동을 받았다.

“평화롭고 자비로운 부처님의 미소를 뵙고 가슴이 뛰었지요. 또 부처님 앞에 수박을 공양 올리면서 기도하는 사람의 얼굴이 참으로 성스러워 보였습니다.”

이 날의 감동은 훗날 불교를 믿으면 고통이 해결될 것 같은 막연한 예감으로 발전하였고, 불교서적을 읽어가면서 혼자 수행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열다섯 살 때 미국의 베트남 전쟁 개입에 대해 ‘잘못 된 것이다. 모두들 이기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는 느낌, 말과 행동이 다른 어른들의 이중성이 느껴졌습니다. 하늘을 보면 금이 그어져 있지 않은데 어른들은 왜 저리 다투는지 알 수 없었지요.”

세상사를 이해할 수 없었다. 피부색이 다르다고 차별을 하고 전쟁을 합리화시키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면서 기성세대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내렸다.

“물리학을 선택했다가 중도에 전공을 심리학으로 바꿨지요. 사람들의 고통을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싶어서 정치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스님은 대학 때 국방성 앞에서 반전 시위를 했다. 50만 이상 되는 시위대가 운집했던 그 시위는 미국 역사에도 기록될 만한 것이었다. 처음 두 차례는 동기도 순수하였고, 평화적으로 이루어졌는데, 세 번째 시위에서는 군중과 경찰이 몸싸움을 했다. 또한 시위를 주도한 지도부가 의견 차이로 싸우는 모습을 보고 지도부에 속했던 스님은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우리가 만일 정권을 잡더라도 똑같이 할 것 같아.”라는 친구의 말에 동감하고, “정치라는 것이 다른 사람의 고통을 해결해주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어리석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보다 구체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을 찾았다.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던 터라 정신병원에서 수많은 정신질환자들을 만나 상담해주는 일을 자원했고, 졸업 후 4년 동안 병원에서 카운슬러로 일했다.

“병원에서 환자를 거칠게 대하는 의사에게 실망했습니다. 스스로 고통을 모르고 자비심이 없는 의사는 환자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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