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왕오천축국전] 5.‘죽음의 여신 깔리의 도시, 캘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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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왕오천축국전] 5.‘죽음의 여신 깔리의 도시, 캘커타
  • 김규현
  • 승인 2007.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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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왕오천축국전 별곡

모슬림의 도살축제

갠지스의 본류를 페리로 건너 방글라데쉬의 수도 다카(Dhaka)에 도착했을 때 마침 그 곳은 성대한 축제 기간이었다. 오토릭샤가 가득 찬 시내는, 그야말로 넋이 나갈 정도의 혼잡경이었는데, 우리는 두 아들이 한국에 산업근로자로 와 있다는 집에 초대받아 머물 수 있었다.

아침에 집 근처의 모스크(Mosque)사원에 온 마을 사람들이 새 옷을 입고 줄을 맞추어 경건하게 ‘코란’을 외우며 경건하게 의식을 하는 것이 근사하여 염치 불구하고 카메라를 들이대었지만, 막상 바로 뒤이어서 벌어지는 축제는 감당할 수 없어 집안에 처박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차라리 참혹한 ‘살육제(殺戮祭)’에 가까웠다. 대로변과 골목길을 막론하고 어디에서나 집집마다 소를 무더기로 도살하는데, 부자는 여러 마리를 빈자는 두세 집에서 한 마리를 잡는다 했다. 그러니까 그 날 하루에 죽은 소는 총인구 1억 5천만의 1/3에 해당되는 6~7천 마리 정도 된다는 것이었다.

인류사적으로 볼 때 축제의 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동물을 신에게 바치는 행위는 세상의 모든 나라에서 행했던 원시사회에서부터의 오랜 전통이어서 그것을 다른 문화권에서 온 이방인이 비판할 성질의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하루 전에 소를 신으로 대접하는 인도에서 건너왔다는 사실이 그 축제를 이해의 눈으로만 바라볼 수 없게 만들어 우리를 혼돈(混沌) 속에 빠트렸다. 그것은 피비린내에 쫓겨 황급히 돌아온 캘커타에서의 또 다른 ‘혈제(血祭)’를 목격하고서는 더욱 가중되었다.

힌두이즘에 의하면 캘커타의 주신인 깔리는 파괴의 신인 쉬바(Shiva)의 부인으로 죽음을 관장하는 여신이다. 그녀는 붉은 얼굴에 혀를 길게 내민 모습으로 온통 피범벅이 되어 캘커타의 곳곳에서 인간을 노려보고 있었는데, 그녀가 원하는 것은 바로 싱싱한 피였다. 쉬바신의 상징이라는 소떼가 어슬렁거리는 거리를 지나 유명한 깔리 사원으로 갔다. 거기서 ‘희생양(犧牲羊)’의 최후를 외면하지 않고 똑바로 보았다. 목이 잘려나가기 전의 마지막 애처로운 모습과 슬픈 울음도 귀를 막지 않고 들었다. 찰나에 목이 떨어지고 울컥울컥 쏟아지는 붉은 선혈을 깔리 여신에게 발랐다. 그것에 다카 골목에서의 소의 눈망울이 겹쳐졌다.

‘혜초의 길’이 문제가 아니었다. 계율에 의한 살생의 부추김은 당장 엄청난 무게의 화두로 온통 머리 속을 쑤셔대고 있었다. 도대체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 나라였던, 이웃나라 사이에 이렇게 시퍼렇게 살아있는 이 종교간의 상반된 계율이란 것의 벽은 얼마만큼이나 높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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