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의 짧은 출가, 송광사 4박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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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의 짧은 출가, 송광사 4박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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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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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나의 수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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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여름방학, 내 발걸음이 승보 사찰 송광사로 향한 것도 생각해보면 다 인연 때문인 듯하다.

대학 초년생 시절의 겨울 어느 날 나는 한 친구와 여행길에 생전 처음으로 송광사를 찾았고, 거기에서 지금도 송광사에 계시는 한 스님을 만났다.

스님은 하루 밤 쉬어갈 수 있느냐는 나에게 걸레를 던져 주시며 닦아보라고 하셨다. 걸레로 방이며 마루를 열심히 박박 문지른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청소 ‘시험’에 통과한 우리는 눈 쌓인 송광사에서 묵을 수 있었고 떠날 때 스님은 내게 먹을 것과 약간의 ‘노자’까지 손에 쥐어 주시는 것이었다. 17년 전의 일이다. 그리고 다시 나는 연어가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듯 송광사로 가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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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도 인연이지만, 그해 수련회 참가를 결심한 직접적인 이유는 여름방학이 시작될 즈음 내 심신은 너무나 지쳐 있어 무언가 돌파구를 찾지 않고는 견디기 힘들어서였다.

직업이 교사이니만큼 아이들과 부대끼지 않을 수 없고, 나름으로는 참된 교육을 생각하며 동분서주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나는 정말이지 허탈감과 함께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그저 일 주일 동안만 방문을 걸어 잠그고 아무 것도 듣지 않고, 먹지 않고 자거나 말거나 홀로 지내고 싶을 뿐이었다.

이미 송광사 수련회를 경험한 적이 있는 남편이 한 번씩 은근히 권유를 했을 때만 해도 그저 그러려니 내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해결하면 되느니, 흘려듣곤 했는데, 그 해는 아무래도 아니 되겠다 싶었다.

단순히 스트레스 해소 차원의 여행이나 레저로는 결코 근본적인 ‘휴식’이 될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 용기를 내어 신청을 했더니 다행히 ‘허가’ 연락이 왔는데, 그 때 심정은 설렘 반 두려움 반이었다. 왜냐하면 결혼 이후로 ‘혼자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하고 살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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