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는 마음닦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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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는 마음닦기
  • 관리자
  • 승인 2007.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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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나의 수련기

나의 수련기인연도 인연이지만, 그해 수련회 참가를 결심한 직접적인 이유는 여름방학이 시작될 즈음 내 심신은 너무나 지쳐 있어 무언가 돌파구를 찾지 않고는 견디기 힘들어서였다. 직업이 교사이니만큼 아이들과 부대끼지 않을 수 없고, 나름으로는 참된 교육을 생각하며 동분서주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나는 정말이지 허탈감과 함께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중략) 수련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려고만 들었던 오만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고, 아이들 하나하나가 다 소우주이며 지고지순한 존재라는 사실을 망각했던 어리석은 시간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침 5시 기상! 정신이 맑아오면서 머릿속에는 우선 부처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반가부좌로 삼보에 귀의하고 오늘 하루의 서원을 세운다. 육바라밀을 실천하는 하루가 될 것을 다짐하며 참선수행과 함께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내가 일하는 분야는 환경과 관련된 기술적인 일들로 통상적인 회사일 말고도 관련 국가기관에 가끔 자문을 해 주기도 하는데, 요즘 들어 부쩍 요청하는 횟수가 많아지고 있다. 회사에서 내가 받는 보수와 지위도 그런 대로 만족할 만하며 가정사도 원만하여 자식들이나 아내 역시 나에게 큰 불만이 없는 편이다. 나 역시 하루하루를 매우 편안한 마음으로 생활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여기까지 오게 된 데는 나름대로 많은 정신적인 갈등과 힘든 역경계를 겪어야만 했다. 작년에 어떤 일로 그 동안 13년씩이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의 직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 금년 2월 초다.

50대의 나이에 전보다 좋은 조건의 직장을 구한다는 것도 쉽지 않을 뿐더러 옮긴 후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기도 만만치는 않다. 직장마다 나름대로의 직장문화가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몸에 밴 타성을 하루아침에 바꾸어 새로운 환경에 적응시켜 나가는 것이 말처럼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요즘 말로 장난이 아니다. 그러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이 역경계를 위빠사나 수련을 통해 극복해 가고 있다.

내가 부처님을 알게 된 것은 2년 전 이맘 때다. 정신세계원에서 위빠사나 수련을 약 100일간 하고 나름대로 일상생활에서 알아차림을 생활화하였다. 외부 경계를 대하여 일어나는 마음의 변화를 관찰하고, 일어나는 마음에 동요되지 않는 관찰자의 입장이 되려고 무척 노력했다.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무수한 변화들, 이것은 항상하지 않기 때문에 순간 순간 알아차리기만 하면 그저 지나가는 통과의식의 일부분에 불과할 따름이었다.

기쁠 때는 기쁜 대로 관찰하고, 슬플 때는 슬픈 대로 지켜보았다. 잘 관찰해 보니 슬픔과 기쁨은 있으나 슬픈 자와 기쁜 자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막연히 내가 슬픈 자이고 기쁜 자라는 관념만 있을 뿐 결국은 ‘슬픔과 그것을 관찰하는 마음’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깨달음은 있으나 깨달은 자는 없는 것이다.

대부분의 우리는 그 마음이 곧 자기라고 의식하기 때문에 아상(我相)이 생기는 것이고, 이어서 인상과 수자상과 중생상 등등이 줄줄이 생겨 있지도 않고 계속 변화하는 허상에 따라 이리 뒤척 저리 뒤척하면서 고달픈 생을 마감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사는 것이 고(苦)다.”라고 하신 부처님의 말씀이 실감난다.

그러나 진정한 깨달음이란 이와 같은 것을 머리로 이해하여 아는 것, 즉 해오(解悟)나 좌선수련 중의 짧은 시간 동안 어떤 경계에서 경험한 것과는 천지 차이이다.

이런 모든 일련의 생각과 체험을 통해 알게 된 것들이 일상생활에서 행동으로 그대로 나타나야만 진정한 깨달음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말 따로 행동 따로 아는 것 따로 실천 따로라면 앞으로 계속적인 바른 정진이 필요할 것이다.

이렇게 하려면 항상 깨어 있어야 하고 항상 일행삼매 속에서 생활해야 한다. 순간순간 우리의 51개 심소(心所)에서 일어나는 모든 작용들을 끊임없이 관찰하여 그 일어나는 마음이 내가 아니라는 것을 즉각적으로 알아차려야 하는 것이다. 어떤 경계를 접하더라도 동하지 않는 마음이 최선이며, 차선으로 만약 마음이 일어나도 그것에 따르지 않으면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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