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절과 거리마다 이날을 봉축하는 연등이 밝혀지고 사람들의 마음은 한층 너그러워진다. 모두 부처님의 크신 지혜와 공덕을 봉축하는 이날 사람들은 부처님 오신 날의 상징처럼 선보이는 아기 싯다르타에게 시선을 두게 된다.

그러나 부처님 오신 날 내 의식을 선열하게 일깨우는 것은 아기 싯다르타가 아니라 왕자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숲과 강을 떠돌며 깨달음을 구하는 청년 싯다르타가 두 눈이 움푹 패이고 온 몸의 뼈가 앙상하게 드러나도록 고행하는 모습이다. 부처님은 그런 고행을 통해서 지혜의 깨달음을 얻으셨고 인류의 교사로서 오신 것이다.

만약 우리가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출현하신 진정한 의미를 진지하게 되새기고자 한다면 그 화두는 모름지기 부처님의 고행상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고행 없는 정진이란 없다. 정진 없는 불교 역시 없다. 정진이란 수행자나 어떤 천재만이 하는 준엄한 수행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서 묵묵히 닦아나가야 할 인간으로서의 기품과 지혜이다. 그것이 바로 불교가 그렇게도 강조하는 정진(精進)이어서 대승불교의 육바라밀 가운데 제4정진바라밀이며 팔정도의 제6덕목은 바른 정진(正精進)이다.

근면은 영원한 삶의 길이요

방일은 죽음의 집이다.

게으름을 모르는 사람은 죽음도 모를 것이요

게으런 사람은 이미 죽음에 이른 것과 같다.

지혜로운 이는 마침내 방일하지 않으며

탐착하지 않음으로써 기쁨에 이르나니

여기에 진리의 즐거움이 따르네.

법구경 21, 22게송

불교는 "모든 것은 변한다. 게으름 없이 정진하라" 라는 부처님 최후의 유훈처럼 정진하는 종교이다. 정진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선을 향한 노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