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강고해지는 고도자본집적사회에 접어든 지금, 우리가 그 동안 ‘그래도 차선은 된다’라고 믿어왔던 기존의 가치들이 엄청난 속도로 해체되고 있다. 그 해체가 백면서생들이 읊조리는 ‘해체주의’라는 사상의 유행일 뿐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평생 직장이라고 믿었던 회사가 해체되고 가정과 교육이 해체되고 자아도 해체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 해체된 부품들의 지옥이다. 사람들은 이 엄청난 해체의 속도와 자본의 압력 아래서 마냥 분노하고 기가 눌린 나머지 삶과 세계의 실상을 투시할 의지마저 잃고 있다. 이 해체의 메마른 사막에 연꽃이 피는 날은 언제 올 것인가?
불교는 무엇이 인간과 사회의 참다운 모습인가를 설하는 제법실상의 가르침을 설한다. 불교가 설하는 제법의 실상은 허망의 대극점에서 삶을 바라보게 한다. 불교가 설하는 제법의 실상은 단순히 사물의 실상, 사건의 실상이 아니라 그 사물과 사건으로 대상화되기 이전의 주체적인 자기의 실상이다. 그러므로 실상이란 법성(法性), 열반(涅槃), 진여(眞如)등과 같이 불교의 사상체계를 총괄하는 용어의 하나이다. 우리는 지금 이 엄청난 속도의 해체, 변화를 견딜 수 있는 강인한 정신력의 재구축을 위해 불교가 설하는 제법실상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버려야 할 것은 모두 버린 실상의 법계에서 새로운 삶의 구도를 정립해야 하는 것이다.
실로 내 마음은 깨끗하고 막힘이 없어서
잘 수련되고 명료한 깨달음으로 다스려진다
그 빛은 사방에 밝게 비추나니
지혜 있는 사람은
재물이 없어도 기쁘게 산다
지혜가 없으면
재물이 있어도 살지 못한다
『아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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