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산 순례기 ] 29.‘칼마 카규파’의 총본산, 추푸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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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산 순례기 ] 29.‘칼마 카규파’의 총본산, 추푸사원
  • 김규현
  • 승인 2007.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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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산 순례기29

 ‘칼마파’와 ‘활불(活佛)제도’의 효시

대 서부 창 고원에서 돌아 오자마자 여독을 풀 여유도 없이 전시회 준비에 들어 갔으나 작업은 지지부진 했다. 그 막막한 광야와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화폭에다 도저히 담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며칠을 작업실에서 별 소득 없이 박혀 있다 바람이나 쏘이려고 시내에 나갔다가 안면있는 라마승을 만나 의기투합하여 그를 따라 그의 본사인 추푸굼파(Tsurphu)로 가게 되었다.

라사 서북쪽 70Km에 있는 추푸는 칼마파의 8백년간의 총본산이다. 칼마파는 우리에게는 좀 생소하지만, 구미에서는 많은 사원과 수백만의 신도를 갖고 있는, 달라이 라마와 비견될 정도로 잘 알려진 유명한 종파이다.

티베트불교의 4대 종파의 하나인 ‘카규파’〔속칭 ‘백교(白校)’라고 부르는 밀교로서, 밀라레빠가 2대 조사이다.〕에서 12세기에 칼마두숨켄파에 의해 분파되어 나왔다. 2대 칼마파가 원 세조 쿠빌라이칸에게서 금장식을 한 검은 모자와 법왕의 칭호를 받았기에 ‘흑모파(黑帽派)’라고도 부르는데, 달라이가 속한 ‘게룩파’보다 앞서 설역고원을 2백년간 통치하였고 활불제도를 제일 먼저 확립하기도 한 종파이다. 달라이제도는 14대 내려 왔지만 이 칼마파는 현재 17대까지 이어져 내려왔다. “한 영혼을 가지고 여러 생을 몸만 바꾸어,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논란이 늘 그들을 따라다니는 것도 모두 그런 이유이다. 

1981년, 인도 시킴 룸텍굼파에 임시 칼마파 본사를 세워 망명생활을 하면서 해외 포교에 주력하던 제 16대 ‘칼마파’인 걀와 린포체는 시카고에서 열반하면서 환생을 안배하였는데, 과연 그의 예언대로 신비스런 현상에 의해 1992년 그의 영혼을 가진 아보가보라는 아명을 가진, 6세의 어린이가 동부 티베트에서 발견되어 이듬해 달라이 라마와 중국 당국의 인정 아래 제17대 칼마파 린포체의 자리에 올랐다.

이 흥미로운 사건은 전 세계의 이목을 모았으며 ‘리빙 붓다(Living Buddha)’· ‘리틀 붓다’ 등등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티베트불교 신드롬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의 법명은 어젠 팅레 도르제(UgenTinglyDorje)이고 올해로 14세가 되었는데, 바로 그가 사는 곳이 이 천년 고찰 추푸굼파인 것이다. 

맑은 냇물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본전, 두캉라캉 앞에 섰을 때는 이미 땅거미가 넓은 마당을 빠르게 기고 있었고 검고 웅장한 5층짜리 대웅전에서는 저녁 예불 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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