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수기 공모 입상작] 군불교와 함께한 소중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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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수기 공모 입상작] 군불교와 함께한 소중한 시간
  • 이하전
  • 승인 2007.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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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행수기 공모 입상작 ▣

여러 선지식과 불자 여러분, 오늘 드리고자 하는 이야기는 그간 제가 살아왔던 이야기입니다.

막상 남다른 선행을 한 것도 아니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누구보다 빼어나게 실천했다고 자부하지도 못하면서 이렇게 여러분과 만나는 것이 부끄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간 군법사로 오랫동안 생활하며, 예편 후에는 군포교를 후원하는 일을 맡아 오면서 나름대로의 느낌을 말씀드리면 조금이라도 여러 불자님의 신행 생활에 도움이 되고, 또한 군포교에 관심을 가지시는 불자님이 많이 생겨서 전군의 불자화라는 간절한 기원이 조금이라도 빨리 이루어질까 하는 바램으로 나서는 것입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불교에서의 군포교는 그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너무나 허술한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여러 불자님이 가지고 계신 관심이나 종단적인 지원이 아직도 미미한 실정이라고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도 현역의 동료 법사님들이나 후배 법사님들은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부처님께 기도 드리며 간절한 소망 속에서 우리의 장병들을 불자로 만들고 바른 신행 생활로 이끌어 늘 기도하고 감사하는 마음 속에서, 상대에게는 자비로 대하고 자신을 돌이켜 참회하고 정진하는 올바른 젊은이로 키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벌써 우리 군에 불교 군종제도가 도입된 지 30여 년이 흘렀지만 관심 있는 분 몇몇을 제외하고는 불교 군종제도가 있는지도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제가 처음으로 불교와 인연을 맺은 것은 독실한 불교 집안이었던 덕분입니다. 어릴 때부터 집안의 대소사는 물론이고 아주 작고 사소한 일까지 부처님의 가피로 이루어졌음을 감사하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늘 부처님께 간절한 소망과 기도로 일을 이루곤 하였습니다. 그런 집안의 분위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불교는 늘 생활의 한 쪽에 자리를 잡고 있었고 아무런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서울 인창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꿈 많은 학창시절이었습니다. 한창 희망에 부풀어 있던 고등학교 2학년 때,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서 절에 몸을 의탁하고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이나 그때나 학창시절의 수학여행은 아주 기대되고 부푼 희망을 심어주게 마련입니다. 절에 몸을 의탁하고 있던 그 때 마침 학교에서 수학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도 희망에 부풀어 있었지만 의탁하고 있던 절에서 허락 하지 않아 그만 낙담하였습니다. 친구들은 모두 수학여행 계획을 짜며 즐거워할 때에도 풀이 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친구들이 모두 수학여행 열차에 몸을 싣고 즐거워할 때 저는 절에서 먼 하늘만 바라보며 한숨만 쉬었습니다. 그러나 그날 저녁 비보는 더욱 끔찍한 것이었습니다. 우리 학교 학생들, 친구들을 싣고 가던 열차가 대형 사고를 일으켜 수많은 사상자가 난 것입니다. 물론 우리 반도 예외일 수 없어 어제까지 같이 뛰어놀던 친구들이 영영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나고 말았습니다.

이 놀랍고도 무서운 경험은 그 이후 저를 더욱 철저한 불교신자로 만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만약 절에 있지 않아서 수학여행에 참석하였다면 그 무서운 사고를 저만 피해갈 수 있었겠습니까? 그때 마침 부처님의 인연으로 절에 들어가 살 수 있었고, 그 가피 덕분에 사고를 모면했다면 남은 삶은 곧 부처님의 가르침을 펴는 데 쓰이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곧 제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모든 삶을 불교 포교를 위해 바치겠다는 서원을 세웠습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는 곧 동국대학교 승가학과에 진학하였습니다. 그리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좀더 체계적으로 자세히 배운 다음 승가학과 1기로 졸업했습니다. 졸업하자마자 소정의 군사교육을 마치고 해군 군법사로 임관하였습니다. 그리고 전역할 때까지 18년 6개월간을 젊은 장병들과 함께하며, 나름대로 인생을 보람있고 소중하게 가꾸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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