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수기 공모 입상작] 다시 찾은 삶
상태바
[신행수기 공모 입상작] 다시 찾은 삶
  • 김혜란
  • 승인 2007.09.2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신행수기 공모 입상작 ▣

방황의 세월

종교로서의 불교를 알지 못할 때, 그저 불교를 석가모니라는 사상가가 만든 하나의 철학으로밖에 알지 못할 때, 나는 길고 긴 어둠의 터널을 걷고 있었다.

부처님께 절을 하고 몇십 분이라도 참선을 하고 나면 웬지 마음이 조금은 편해지는 느낌 때문에 가끔씩 시부모님과 남편을 따라 절을 찾아가곤 했지만, 내게 있어 부처님은 너무 먼 곳에 계신 분이었다.

그렇게나마 가끔씩 절을 찾게 된 것도 석가모니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삶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 깊이 있는 사상일 거라는 어렴풋한 기대 때문이었고, 내게 닥친 삶의 문제는 참으로 절박하였다.

내게 절박한 삶의 문제는 갑자기 남편의 사업이 망해 빚더미에 앉았다거나 또는 불치병에 걸렸다거나, 자식이 교통사고를 당해 가슴에 묻었다거나 하는 그런 문제는 아니었지만, 내겐 늘 죽음을 생각하게 하는 절망적인 아픔이었다. 내게 삶의 아픔은 결혼과 함께 시작되었다.

결혼하기 전까지 나는 참으로 편하게 세상을 살아왔었다. 모든 게 나 중심이었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이기적으로 살았었다. 사회성이라곤 없는 헛나이를 먹었던 것이다. 그런 나를 객관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결혼은 그저 멋진 왕자님과 궁전에서 사는 것으로 생각하는 공주병 환자였던 나의 모습에 점점 실망을 하게 된 남편은 자주 나를 힐책하였다.

그에게 나는 생각이 깊지 못하고 자기만 아는 못 배운 신부였던 것이다. 결혼을 앞두고 얼마 안 되어 그걸 조금씩 알게 되었지만, 이미 청첩장까지 돌린 후여서 어쩔 수 없이 결혼하게 된 거라며 나를 비난하는데, 내 나름대로는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그런 심한 말을 들으니 견디기가 힘들었고, 그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히려 그 화살을 남편과 시댁식구들에게 돌렸다. 그 결과 둘 사이는 날로 악화되고 서로에 대한 불신과 증오만 쌓여갔다.

그렇게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한다는 어린아이 같은 불만과 자괴감으로 나는 점점 우울증이 심해져갔다. 자존심 때문에 그런 결혼 생활에 대해 누구에게 말도 하지 못하고, 나는 나 혼자만의 닫힌 세계로 들어가 어서 빨리 이 생이 끝나기만을 바라는, 삶 아닌 삶을 살았다. 결혼 후 1년 반이 지나 첫아들도 낳았지만, 부부간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삶의 희망을 찾기란 어려웠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