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추억(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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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추억(3)
  • 관리자
  • 승인 2004.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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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추억(3)]

아버님이 세상을 떠나신 후 어머니께서는 몰라보게 쇠약해지셨습니다.

그 좋아하던 노래도 구경도 모두 마다하신 채, 어머니께서는 삶의 미련을 잃으신 듯 하셨습니다. 그래도 자식들 부담을 주시기 싫어셔서 웬만하면 혼자 지내시던 어머니.

아버님 떠나시기 한 해 전에 지은 고향 집에 계실 때면 가끔 뵈러 시골에 내려가곤 했는데, 별이 쏟아지는 여름 밤 늦게 고향 집에 다다르면 인기척을 들으시고는 버선 발로 내려 오셨지요. 저녁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밥 공기 가득 차려 진 상을 힘들게 손수 들고 오셔서는 제가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 보시던 어머니.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듯 어머니 즐거우시라고 즐겁게 내키지 않는 늦은 밥을 먹던 막내 아들은, 속으로는 이제 몇 번이나 내가 어머니 차려 주시는 밥을 이렇게 먹을 수 있을지 하며 울고 있었답니다. 그리고 그것은 몇 해 지나지 않아 현실이 되었습니다.

늦은 저녁을 먹고 나면 벌써 시간은 자정이 가까워 오고, 그러면 어머니는 다시 손수 이불을 깔아 주신 후에야 잠을 청하십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평생을 불면증에 고생하신 분이라 쉽게 잠을 들지 못하십니다. 그렇게 어머니가 뒤척이시면 제가 일어나 천수경, 금강경을 독송하였는데, 전에는 제가 잠을 못 잔다고 극구 말리시던 어머님이 이제는 저와 함께 독송을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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