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소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그의 휴대폰이 울린 것은 저녁 아홉 시가 조금 지난 뒤였다. 직장 동료들과 모처럼 갖게 된 술자리여서 그는 자리를 잡자마자 필요 이상으로 객담을 늘어놓던 중이었다.
왁자지껄한 술집의 소음 속에서도 그 무선의 전화기는 상대편의 목소리를 또렷하게 전해주었다.
“여보시오, 선배님?”
상대편이 대뜸 이렇게 묻고 나왔을 때 그는 잠시 머뭇거렸다. 많이 듣던 억양과 음색이었지만 워낙 뜻밖에 듣는 목소리여서 긴가 민가 싶었던 것이다.
“그렇습니다만….”
그는 일단 전화를 건 사람의 목소리를 좀 더 들어볼 작정이었다.
“접니다. 어째, 잘 계시오? 지금 어딨소?”
그제서야 그는 상대가 누구인지 확실히 알 수가 있었다.
“아니, 이게 누구야? 무연(無緣) 스님?”
틀림없이 자신이 아끼던 후배, 박종태의 목소리였다.
“아직두 목소리는 잘 기억하는 갑소?”
상대편에게 그런 답변을 듣고 나서야 그는 자신이 조금 전 무심코 던졌던 질문에 아차 싶었다. 이제 박은 자신과 가까웠던 후배이기 전에 세간의 온갖 집념과 욕망을 버리고 구도의 길로 들어선 사람이었다. 그것은 곧 세상 사람들로부터 존중받아 마땅한 귀의(歸依)의 대상이 되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게 얼마 만입니까? 그런데 지금 어디서 전화를 하시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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