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가 가르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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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가 가르치는 것
  • 관리자
  • 승인 2007.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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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히말라야는 본래 산스크리트어로 ‘눈의 집’이라는 뜻이다. 8천미터 이상 되는 고봉만 해도 14개나 되고 서쪽의 낭가파르바트(8,126미터) 산에서 동쪽의 남차바르와(7,755미터) 산까지 2천5백킬로나 연속적으로 뻗어 있는 이 거대한 산맥은 말 그대로 사철 만년설을 이고 있는 눈의 집이다.

네팔의 카투만두를 찾는 사람은 누구나 카투만두에 도착하기 전의 비행기 위에서 이 거대한 눈의 집에 우선 압도당하기 마련이다. 풍진 세상에서 만났던 모든 소외와 상처들도 히말라야 연봉들과 마주치면 티끌같다.

’99년 연초, 바로 그곳을 다녀왔다. 네팔 여행은 두 번째지만 이번 여행은 남다르다. 풍물을 보자는 것이 아니라 단지 산을 찾아 왔기 때문이다. 유명한 안나푸루나의 발치를 더듬어가는 트레킹 코스는 3천5백여 미터 지점을 걸어 넘도록 짜여져 있다.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계곡을 온종일 쫓아 걷기도 해야 하고 급경사의 가파른 계단식 길을 몇 시간씩 올라가야 하기도 하고 아열대 정글지대를 관통해 지나가기도 해야 한다.

4박5일의 산행이다. 걷는 코스는 3천5백여 미터 아래지만 어디를 걷든 눈덮인 히말라야 연봉들이 줄곧따라온다. 시시때때 보는 각도에 따라 같은 봉우리일지라도 그 빛깔과 형상과 느낌이 다르다. 가령 안나푸루나 남봉의 경우, 일출의 남쪽에서 올려다 보면 황금빛 투구를 쓴듯 견고하고 화려한데 일몰의 동남간에서 보면 맏형처럼 둔중하고 듬직하다. 생선꼬리라는 뜻을 가진 뾰족한 마차푸챠르봉도 보기에 따라 봉오리가 두 개가 되기도 하고 한 개의 삼각뿔이 되기도 한다.

일출의 히말라야를 잊을 수 없다.

트레킹 이틀째 하루종일 발이 부르트도록 걸어 해발 2천8백여 미터에 위치한 마을 고라파니에 당도하자 눈이 내린다. 새해가 되고 불과 엿새 만에 만나는 서설이다. 안나푸르나 남봉이 지척이라지만 구름이 잔뜩 끼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기온도 급강하해서 아침에 꽃핀 마을을 떠나왔는데 이곳엔 팔뚝만한 고드름들이 잔뜩 달려 있다.

“아침 네 시 기상입니다.”

안내자는 말한다. 방한복까지 두껍게 껴입고 침낭 속에 들어가 누웠지만 고소증에다가 한기 때문에 쉽게 잠이 들지 않는다. 비몽사몽 눈을 잠깐 붙이자마자 뎅그렁 뎅그렁 깊고 부드러운 방울소리가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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