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가 미래사회를 열어갈 으뜸 종교라 하더라도 불자들이 힘써 수행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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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가 미래사회를 열어갈 으뜸 종교라 하더라도 불자들이 힘써 수행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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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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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지식 탐방/ 태고종 승정 운제 스님

늦가을의 춘천가도, 물과 산의 지극한 어우러짐이 빚은 대자연의 아름다움 속에서도 자연과는 전혀 딴판으로 벌어지고 있는 세상사 때문에 도저히 평온을 유지할 수 없었다. 그 어느 때보다 선지식이 그리운 계절, 태고종 승정 운제 스님을 찾아뵈었다.

일찍이 출가하여 강원과 선원에서 공부한 뒤 또다시 세속공부를 해 대학에서 한평생 후학을 양성하시다가 정년 퇴임 후에는 원효연구원을 설립, 운영하시며 불교발전에 힘쓰고 계신 운제 스님께서는 이렇게 말문을 여셨다.

“두메산골에서 바보 비슷하게 살고 있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스님,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강의 나가는 날만 빼고 대부분 염불선을 하면서 지냅니다. 가끔 요청에 의해 비문을 짓기도 하고, 글을 번역(요새는 수륙의문을 번역하고 계신다)해주고 있기도 하지만 한 4년 동안 책은 안 보고 주로 염불선을 하면서 죽을 때 잘 죽을 궁리를 하고 있지요.”

책(경전)을 멀리하신다니 뜻밖입니다.

“불교인들이 가뜩이나 공부하기 싫어하는데 오해해서는 안 됩니다.

경전공부는 기본이에요. 불교는 경전공부를 하면서 동시에 마음을 닦는 수행의 종교로서 경전 공부도 마음을 닦기 위함입니다. 경전을 보고 깨닫는 것은 보통 복 가지고는 안 되는데, 선사들은 막다른 골목에서 근본문제를 추구하는 데 비해 학인들은 문자에 치우치기 쉽기 때문에 깨닫기가 어렵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견성하는 이도 있어야 하고, 불교사상을 깊이있게 연구하는 이도 있어야 합니다. 내 한평생 학문에 치중하면서 수양 정도에 머물렀지 수행에 힘쓰지는 못해 안타까웠는데, 말년에 염불선을 하면서 많은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염불선이란 무엇인지, 염불선을 하면 어떠한 공덕이 있는 것인지, 불자들을 위해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경전에 의하면, ‘염불을 지극히 해서 부르는 나도 없고 아미타불도 없고 무념처에 이르게 되면 우리 몸뚱이 그대로 부처가 된다’고 했고 실제로 역사상 염불하다 성불한 분들도 있습니다. 지극한 마음으로 일심이 되어 염불을 하면 곧 염불선이 됩니다. 또 ‘이 뭣고’ 화두를 들 듯이 염불을 하면서 ‘염불을 하는 내가 누구인가’ 하고 의심하는 것을 염불선이라고도 합니다.

나는 일심으로 염불을 하고 있는데 그 또한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또한 수행을 하면 신비한 현상이 나타나는 줄 아는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염불선을 통해 무애가를 부르며 천촌만락을 다니면서 염불을 권장한 원효 스님의 뜻은 조금 알 수 있었습니다. 내 성품이나 남의 성품이나 똑같이 이 우주에 가득차 있다는 것을 어렴풋하게나마 느꼈다고 할까요.

염불선을 해서 그런지 이젠 나이가 많이 들어서 그런지 달라진 점도 많지요. 예전에는 어름한 사람들과는 상대조차 하기 싫었는데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다 훌륭해보이고 부처님 같아 보입니다. 그리고 사람들 누구나 좋아하는 명예니 권력이니 물질이니 하는 것들이 수행에는 다 장애물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도 어쨌든 태고종에서 총무원장도 지냈고, 교수로서 많은 이들을 가르쳐 왔는데 그게 나쁜 습으로 남아 장애가 되더라는 말입니다. 이젠 세속인연에 초연한데도 사람들을 대할 때나 항상 마음 한쪽 끝에 끄달리는 점이 없지 않습니다. 남이 알아주고 안 알아주는 것이 나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일인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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