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상태바
다람쥐
  • 관리자
  • 승인 2007.09.2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리수 그늘

  가뭇없는 은사를 그리며 고향 산길을 걷다가 도토리를 줍는 다람쥐를 보았다.

  오르락 내리락 날쌔게 움직이는 다람쥐는 뺨속 주머니에 불룩하게 담아 물고 조그마한 앞 밭에 상수리를 집어들다가 인기척을 느끼자 부리나케 집어 던지고는 바윗돌 사이로 쪼르르 도망을 간다.

  나는 가던 걸음을 멈추고  다람쥐의 모습에 취해 도토리숲에 숨어 앉았다. 바윗돌 사이엔 들국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옥빛 하늘은 산을 안았다.

  향긋한 가을풀 냄새가 코 끝에 와 짙게 풍긴다.

  먼 옛날 다정하게 조잘대며 소풍가던 산길. 늘 온화하시고 낭만스럽던 선생님 생각도 나고, 말괄량이처럼 뛰놀던 친구들 낸새도 나는 듯 하다.

  억새풀 하나를 뜯어 입에 넣고 잘근잘근 씹어본다.

  풋내가 혀끝에 닿아 향긋하다.

  풀숲에 팔베개를 하고 누우니 이곳이 과연 천국이고 극락이다.

  <휘리리리>하고 우는 풀종다리의 여릿한 자장노래에 어느 사이 살포시 들었던 풋잠을 깨어보니 바윗돌 틈바구니에서는 너댓 마리의 다람쥐들이 들락거렸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