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 하나 신통치 않은 이즈음, 부처님의 연기법이 절실하게 느껴지고 번뇌 즉 보리라는 구절이 가슴깊이 와닿는다. 답답할 때는 그저 절에만 가도 마음이 후련해진다는 어느 지인의 말처럼 수덕사 경내에 드는 순간부터 마음이 평온해졌다.

수덕사는 우리 나라 근대 선종의 중흥조인 경허 스님과 그 법제자 만공 스님께서 수행하시고, 그 회상에서 기라성 같은 선지식들이 도를 깨달은 선지 종찰이다. 그래서일까. 바람이 실어나르는 향기조차 달라보인다.

이런 기자의 마음을 사중(寺中)스님에게 말씀드렸더니, 그도 물론 그렇지만 `경허·만공 스님의 선맥을 올곧게 이으신 방장스님과 여러 어른스님들이 한평생 이 도량을 떠나지 않고 중생제도하시고 화합승가를 이루도록 독려하시기 때문'이라며 찬탄해 마지 않는다. 어른의 역할, 곧 지도자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이 시대, 어른스님의 지도를 받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는 그 말씀은 크나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하여 덕숭총림 방장 원담 큰스님께서 주석하고 계신 염화실로 향하는 발걸음은 무척이나 가벼웠다.

스님, 건강은 어떠신지요. 한동안 안 좋으시다고 들었습니다만.

"대수로운 일이 아닙니다. 옷이 낡으면 버리듯 칠십년 넘게 걸치고 다녔으니 이제 버릴 때도 되었지요. 건강하게 살아야겠다는 것도 다 부질없는 욕심입니다. 건강해야겠다며 건강에 마음을 뺏기는 순간 이미 건강과는 멀어지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 금수강산의 물과 공기가 맑을 때는 물과 공기에 대한 말을 전혀 안 했는데 요새 물도 더러워지고 공기도 더러워지니 얼마나 많은 말들을 합니까. 그처럼 진짜 건강한 것은 건강에 대해선 생각조차 안 하고 사는 것입니다. 그저 무심하게 여여하게 사는 게 최상의 삶이지요."

스님 말씀을 들으니 참회할 게 많습니다. 불자들로부터 형편이 좋을 때는 부처님 생각을 별로 안 하다가도 형편이 악화되면 부처님을 간절히 생각한다는 말을 종종 듣곤 합니다.

`만천나개성 세존오도성 인인두두리 개개각불면(滿天那個星 世尊悟道星 人人頭頭裏個個各佛面:하늘에 가득찬 별이 세존의 오도성이고 사람 사람 머리 머리가 제각기 부처의 얼굴이라.(98년 성도재일에 내린 방장스님 게송)

부처님이라. 어디에 계신 부처님을 이름입니까? 사람마다 절에 모셔놓은 부처님만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자기 마음 자리가 부처요, 사람 사람마다 부처님을 모시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원래로 부처님을 모시고 생겨났고, 종말까지 부처님을 여읠 수 없는 것이 인간 세상의 진리입니다. 허기사 그것을 알면 이미 사람이라 할 수 없지요.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인간의 몸으로 사바세계에 나타나신 것도 바로 그것을, 인간 그대로가 부처의 성품을 지니고 있다는 그 이치를 가르쳐주기 위해 잠깐 나투신 것이고, 부처님께서 성도하신 것도 인간의 몸 그대로 부처가 될 수 있음을 당신께서 몸소 보여 주신 것입니다.

그런데 세상사람들은 도대체가 미몽에서 깨어나려 들지를 않습니다. 한마디로 밥광주리 안에서 굶어죽는 것이 세상사람들입니다. 부처 안에서 부처를 찾다 죽는 이는 그나마 다행이고, 물질세계에 질질 끌려다니다가 허망하게 인생을 마치는 이들이 태반입니다.

요새 경제가 어려워졌다고 난리들인데 정작 골머리를 싸매고 열중해야 할 것은 경제문제가 아니라 내 마음, 내 부처, 내 본래면목을 찾는 것입니다. 그것만 찾으면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은 중생심은 저 멀리 사라지고 항상 안락하고 평화로운 세계가 바로 그 당장에 구현되는 것입니다."

어떻게 수행해야 할지 몰라 헤매는 이들이 많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수행법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