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晩秋)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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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晩秋)의 기도
  • 관리자
  • 승인 2007.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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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덕 칼럼

가을은 본래 짧게 느껴지는 계절이긴하지만 올 가을은 유난히도 후다닥 가버렸다. 나이 탓인가.

내 마음이 너무 미숙하고 영원한 구도자가 되고 싶은 심정에서 '나는 영원한 선재(善財)동자(실상나이 78세에서 한 갑자 60을 뺀), 방년 18세!' 라고 이번 서울 나들이 불광 강의에서 까지 흰소리로 청중을 웃겼지만, 다시 산사로 돌아와서 느끼는 올해 늦가을의 정취는 유난히도 적막하다. 희극배우의 무대 뒤의 애수(哀愁)가 이런 것일까.

그나마 참으로 다행인 것은 '일체 유위법(一切有爲法) 여몽환포영(如夢幻泡影)'의 반야 공(般若 空)도리를 절절히 실감하면서 이 가을을 지내고 있는 점이다. 만일 그 실감없이 아침저녁으로 보도되는 이 어지러운 현실상을 그대로 그것이 참 삶의 모습인양 받아들인다면 어지간히 속이 상할 것이다. 당파를 짓고 서로 헐뜯고 싸우고... . 정말 이 시점에서 우리 만족과 국가를 살리는 길이 무엇인지., 본질적인 문제의 핵심은 멀리 떠나서 21세기의 번영만을 강조하니 그 번영의 내용부터가 문제다.

가을 산은 말이 없다. 가끔 소리없이 낙엽이 한두 잎 떨어질 뿐 참으로 적막강산이다. 늦가을은 기도의 계절인가 싶다. 이제 모든 생각을 쉬고 천지와 하나가 되고 싶을 뿐이다.

해마다 이 맘때 대자암에서는 관음 백일기도 중이다. 음력 구월 보름날 시작해서 섣달 스무닷새 날에 회향하고 구정 새해맞이를 하는 것이 연례행사이다. 선방은 동안거를 시월 보름날 결제해서 정월 보름날 해제하니 기도와 참선이 거의 함께 병행하는 일정이라 노보살들이 아주 즐겁고도 알찬 정진생활을 하는 것 같다. 기도만 전심하는 보살도 있고, 참선을하면서도 사시 기도에는 꼭 참여하는 보살들이 많다.

이번 관음기도에 멀리 캐나다(토론토)에서 오신 마니주 보살님 얘기를 하고 싶다. 아직 동안거가 시작하기전이어서 식탁에 앉은 식구가 몇 사람 안 되는 터라 반갑게 인사하고 지내게 되었다. 6.25전쟁을 고향인 함흥에서 치르고 1.4후퇴 때 외아들을 업고 남하하여 고생다시다가 '73년도에 외국으로 건너가셨다 한다. 이번에 처음으로 25년 만에 귀국하여 옛날 망월사(望月寺)에서 친견했던 여기 큰스님과의 인연을 찾아서 이번 관음기도에 동참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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