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그룹홈(Group Home)으로 일군 고추농사 250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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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농그룹홈(Group Home)으로 일군 고추농사 250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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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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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밝히는 등불, 불광원에서 농사짓는 황선무 박사

산과 들이 제 색을 드러낸다. 익을 익을 만큼 익어 제 몸을 건사하기 힘든 과실과 곡실들이 어디를 가나 사람들의 손에 풍성하다. 더불어 보는 이들의 마음도 넉넉해지는 계절이다. 한 해 한 해 생명을 보듬고 살아온 우리네 농부들과 부지런히 고샅을 오간 아낙네와 일꾼들이 흘린 땀으로 올해도 대풍이다.

365일 이만만 하면 정말 일할 맛이 나겠다. 이 맛 때문에 한여름 뙤약볕에 그렇게 땀흘렸나보다.

부산의 송도신경정신과의원 황선무 박사(사회복지법인 천마재활원 대표이사, 61세)가 그 나이 예순하나에 경기도 안성으로 들어와 손수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런 땀의 참맛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밭농사른 게으르면 안 되요.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하나 사람의 손이 가야 하니까요. 그러고 보면 (게으름을 피지 않는) 아이들(재활원 원생들)에게 고추농사가 더 잘 어울려요. 작업요법에 잘 적응하는 정도를 보면 도자기반, 목공예반, 원예반 순서인데 어려운 일에는 조금 뒤지는 원예반이 여기 와서 더 잘 적응하고 좋아하는 모습을 봅니다. 농사 짓는 것이 결국 아이들의 작업요법에 연결되고 있는 것이지요.

고추밭 일굴 때는 스무 명이 일주일 머물면서 진짜 농사꾼이 다 되었으니까요."

고추 수확의 기쁨으로 허허 웃는 황선무 박사의 건강한 황토빛 웃음에는 또다른 결실 하나가 벙긋 매달려 있었다.

지난 5월 말 조금 늦게 시작하지 않았나 싶었던 고추농사였다. 휴경지 500평을 빌려서 400평에 고추 모종 4,500포기를 심었고 100평에는 배추, 무, 열무, 가지, 들깨 등속을 심었다. 취미로 분재를 키우거나 나무를 가꾸어 본 경험이 있는 황선무 박사였지만 이렇게 직접 짓는 농사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평소에 생각해오던 것이었기에 황선무 박사의 정성은 남달랐다.

"마을 사람들도 처음엔 뭐하러 오는지 의심도 했었는가 봐요. 어쨌거나 제 자신이 농사를 지어야 하니까 이장님은 물론 토박이 마을분들을 찾아가 자리를 같이해가며 이곳에 맞는 농사법을 어깨너머로나마 배워야 했지요. 그리고 지난 5월에는 7,8호 되는 이곳 마을 사람들 25명을 초대해 식사도 같이 했지요. 그러고나서는 마을에서도 같이 이야기하고 만날 수 있는 이웃이 생기는 것이 좋았는지 농삿일부터 이곳 생활 하나하나까지 열심히 가르쳐 주고 있어요."

황선무 박사의 농사 짓기는 그렇게 얼굴과 마음을 트고 비로소 마을 사람이 된 후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었다. 잡초로 우거졌던 땅을 갈아업고 골을 내고 거름을 주고 하는 모든 일에 마을분들의 크고 작은 도움이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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