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가 힘들 때, 자연스러움에서 빗나간 복잡한 도심의 일상 속에서 해탈하고자 할 때, 대자 연 속의 산사(山寺)에 안기고 싶다. 깊은 산 속에 자리한 절에 깃드는 것만으로도 어떤 해방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 이름처럼 태고적 신비를 간직하고 있는 충남 금산군 진산면 태고사. 그 옛날 원효 대사께서 태고사 터를 발견하고 3일 동안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는 일화가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빼어난 경 관 속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태고사 참배객들은 자연보다는 스님의 향기에 매료되어 산을 내려 가고 스님을 뵙기 위해 다시 산을 찾는다. 도천 스님이 바로 그 스님.

평생 동안 일하면서 수행한 스님, 검정 고무신 신고 솥뚜껑처럼 거칠어진 손으로 태고사 복원불 사를 진두지휘하는, 현장의 총감독격인 도천 스님의 향기는 대둔산 아랫마을, 아니 대처에서도 은 은하게 존경의 념으로 번지고 있었다.

스님에 대한 그리움의 마음으로 산을 오르니 어느새 태고사다. 태고사는 어제도 그제도 아니 몇 십 년 전에도 그랬듯 불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달라진 게 있다면 날짜가 진행된 만큼 가람도 확장되고 도량 곳곳에 전에 보지 못했던 전각이 들어서 있다는 것.

스님 역시 듣던 대로 불사를 감독하고 계셨다. 일일이 불사에 쓰일 벽돌 한 장 한 장을 골라주시 는 도천 스님은 일삼매에 빠져 계신 듯 했다.

스님의 일하시는 모습을 뵈며 세상 사람들이 스님을 칭송하고 존경하는 까닭을 알 수 있을 듯 싶었다. 자연보다 더 자연스러운 스님, 명리도 권위도 욕심도 다 떨어지신 듯한 그 얼굴 빛만으로 도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그대로 여여하고 진실한 삶의 모습이 배어 있는 스님, 푸른 솔향기가 솔솔 풍겨오는 듯한 스님께 서는 "난 평생 일만 하면서 살아왔어요. 평생 일밖에 모르는 사람한테 무슨 들을 얘기가 있겠어 요. 잘못 찾아오신 것 같습니다. 내가 백날 지껄여봐도 세상사람에겐 아무런 이익이 없어요. 이 먼 데까지 왔으니 쉬다 가세요." 라고 하시며 말문을 닫으셨다.

밥을 먹어야 밥맛을 알 듯 수행도 수행을 해봐야 그 맛을 알고 스님도 직접 뵈야 그 향기를 느 낄 수 있는 것, 자칫 스님을 잘못 그렸다가 업을 짓는 게 아닐까 싶어 잠시 망설이기도 했다.

하지만 예서 말 수는 없었다. 30년 동안 스님과 뜻을 함께하여 태고사 불사를 일으켜 오신 정안 스님(내년이면 만일기도를 회향하는 정안 스님은 태고사에서 기도스님으로 통한다)과 태고사 사무 국장님에게 이모저모를 미리 여쭙고 스님께 확인하는 방법을 취했다. 스님께선 결국 "보통 일이 아니다. 자꾸 물으니 쓸데없는 소리 연신 지껄이고 있다"고 하시면서 조근조근 말씀해주셨다.

스님, 여든여섯이라는 연세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건강해보이십니다. 어떤 비결이라도 있으십니까.

"비결은 무슨 비결, 좋은 공기 마시고 좋은 물마시고, 먹는 것도 알맞게 먹고, 마음 편히 살면 누 구나 건강해집니다. 무엇보다 이 주인공인 마음을 잘 써야 합니다. 마음을 공연히 불편하게 하고 분에 넘친 욕심을 부리면 건강했던 몸도 나빠집니다.

차도 함부로 굴리면 고장나듯이 몸도 함부로 굴려 피로가 쌓이면 병이 나게 마련이지요. 몸이 아 프다고 이 약 먹고 저 약 먹고 자꾸 약 먹으면 나중엔 약병이 걸릴 수도 있으니 처방도 지혜롭게 해야 합니다.

어찌 되었든 마음 공부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한 단계 두 단계 마음을 잘 다스려가면 건강하 고 복된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고 알고는 있지만 실천은 어려운 것 같습니다. 마음을 닦는 인생과 안 닦 는 인생의 차이를 확실하게 안다면 당장에라도 더 열심히 마음공부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음 공부를 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의 가장 큰 차이라면 인생의 근본적인 고통이라 할 수 있는 생로병사(生老病死)를 대하는 게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