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출가 긴 깨달음
상태바
짧은 출가 긴 깨달음
  • 관리자
  • 승인 2007.09.1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을 밝히는 등불, 송광사 여름수련법회, 단기출가 4박 5일

"둘째 날까지는 그 사람이 옆에 있어도 옆에 있다는 생각을 못했어요. 셋째날 옆에 지나가 는 걸 보고 옆에 있다는 걸 느꼈는데 말을 하고 싶어도 묵언을 지키기 위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좌선때는 고집이었는지 저려오는 다리도 바꾸지 않고 울기까지 했습 니다.…."

마지막날 밤, 철야정진 1080배를 남겨둔 '차 한 잔을 나누며'시간. 양성순(전남 광양시, 27 세)씨는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낸다. 작년에 결혼을 한 새댁으로 직장동료들의 부러움까지 한 몸에 받아가며 남편 신희룡(27세)씨와 함께 참가한 송광사 여름 수련법회. 이번 수련법회 에는 이들 부부 말고도 김오현(경찰관, 46세)·이경옥(46세)씨 부부, 채길석(공무원, 58세)· 김희(51세)·채화송(27세)씨 가족, 이정숙(65세)·송덕순(43세)씨 모녀 등 부부나 가족, 동료 들이 함께 참가한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 이번 수련법회에 참가하기 위해 여 름 휴가에 맞추고 몇 해전부터 벼르고 별른 것이어서 그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어느새 시 간은 다 가버리고, 수련생들은 또 다시 다리를 틀고 앉아 자신을 깊숙이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일배, 일배, 한마음, 한마음들이 1080배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최근 우리 사회는 휴가와 그로 인한 짧은 여행이 정착되고 있는 추세다. 이는 소모적인 도 시의 삶으로부터 벗어나 사람의 일과 쉼이 한 곳에서 이루어지는 자연스런 삶에 대한 간절 한 소망의 또다른 표현인 것이다.

그래도 일과 도시가 아닌 산과 바다, 자연 속에서 걷노라면 어느새 퍼내고 사용해서 빈 껍 데기 같은 몸과 마음에 무언가 알 수 없는 기운들이 다시 차곡차곡 쌓이고 담겨지는 것만 같다. 한편 일부에서는 일상보다 더 가혹한(?) 휴가의 나날들로 인해 생활로 돌아온 후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고생하는 경우를 심심지 않게 볼 수 있다. 과연 현대인들에게 휴가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그리고 조금 더 나아가 우리는 왜 휴가를 빌어 떠나려 하는 것일까?

그 대답의 한쪽에 최근 불자들에게는 물론 일반인과 타종교인들에게까지 새로운 휴가의 모 습으로 각광받고 있는 사찰 수련법회가 있어 그 의미가 여간 새롭지 않다.

일반인들에게는 자기를 돌아볼 수 있는 성찰의 시간으로, 타종교인들에게는 종교간의 이해 를 돕고 불교의 수행법을 직접 스님들로부터 배우고 체험해볼 수 있는 또 다른 시간인 사찰 수련법회.

올해의 경우 수련법회를 열고 있는 사찰은 통도사, 해인사, 송광사 등 삼보사찰을 비롯 10여 곳이 넘고 그밖에 우리는 선우, 선재마을 등 교계 관련 단체에서도 수련법회를 계획, 진행하 고 있다.

2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송광사의 경우 작년에 비해 2차를 더 늘린 8차에 걸쳐 총 800여 명 을 모집하는데 1500여 명이 넘는 신청자가 몰려 그 인기를 실감케 해주었다. 다른 수련법회 도 비슷한 실정이다. 부득이하게 신청자를 선별하고 선착순으로 신청을 마감하는 아쉬운 사 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