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 스님과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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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 스님과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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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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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그늘 / 홍도(弘道)스님

스님은 체구가 작아서 방울 스님으로 통했다. 스님 자신도 자기를 '방울 스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했다. 스님 스스로도 자기를 '방울'이라고 했다.

1m 50cm 가량의 작은 체구 때문에 '나는 방울이오'하면, 듣는 사람마다 방울과 방불하다는 생각을 했다. 뿐만 아니라 작은 체구를 흔들면서 분주히 오가는 것을 보면, 그 몸놀림과 표 정에서 방울 소리를 느꼈다. 때문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스님을 방울 스님이라고 부르는 데 아무런 걸림이 없었다.

스님은 조계사의 원주(院主) 소임을 맡고 있었다. 원주를 사주(寺主)라고도 하고 감사(監寺) 감원(監院)이라고도 하는데 주지를 대신해서 절 살림을 도맡아서 하는 직책이다. 그러므로 원주는 절에서 제2인자이다. 매우 높은 자리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조계사와 같이 큰절의 원주라면 해인사나 송광사와 같이 큰 절의 원주와 대등하고, 따라서 아무나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스님이 아닌 데도 어른 아이 할 것없이 조계사의 원주스님을 거침없이 '방울 스님'이 라고 불렀다. 그러나 거기에는 스님을 비하하는 뜻은 전혀 없었다. 친근감이 배어 있었다.

때문에 누구든 스님과 사귀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스님은 조계사의 살림을 맡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하루에 한번은 장을 보러 시장에를 다녔 다. 찬거리를 비롯해서 주식인 쌀과 그밖에 필요한 생필품 사는 일을 손수 했다. 재(齋)라도 들면 하루에 두 번도 가고 세 번도 가는 경우가 있었다. 주로 가까운 낙원시장을 이용했다.

스님이 시장에 나타나면 어디선지 땟국이 자르르하고 남루한 옷차림의 조무래기들이 몰려들 어 스님 주변을 에워싸고 따라 다녔다. 좀 큰 녀석은 스님의 짐을 들어주기도 했다. 조무래 기들은 스님을 보면 "방울 스님이다"라고 환호했다. 스님은 환호하는 조무래기들을 줄줄이 끌고서 좁은 시장바닥을 누비면서 장을 보았다.

가게 주인들은 스님을 따라와 가게 앞을 가로막는 아이들을 내쫓았다. 그들은 첫째로 몰려 다니는 아이들이 물건을 훔칠까 두려웠기 때문이고 둘째는 스님이 귀찮아하리라 지레 짐작 하고서 조무래기들을 내쫓는 것이었다. 실제로 이 아이들은 탑골공원과 낙원시장 주변을 배 회하는 집 없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고객인 스님이 아이들을 싫어하지 않고 내쫓는 것을 말리므로 가게 주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참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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