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 창간 50주년] 웃으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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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 창간 50주년] 웃으며 산다
  • 이기동
  • 승인 2024.01.31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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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불광 ② 1978~1981
웃음과 울음 | 이기동(코미디언)

사람이 살아가는 것은 전부 상대적이 아닌가 싶다. 배고플 적이 있는가 하면 배불러 소화제를 필요로 할 때도 있고, 좋아할 적이 있는가 하면 싫어할 적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사람이라도 슬픔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웃음과 울음! 어떻게 보면 전혀 융합될 수 없는 이질적인 나타냄 같지만 내가 보기엔 아주 친한, 아주 가까운 친구와도 같은 것이다.

병원에서 신생아의 울음소리! 과연 그 울음소리를 울음으로 규정지어야 되는 것인지…. 

그 신생아가 얼마만큼 자라서 방긋 웃는 것을 보고 부모들은 낙으로 삼는다. 신생아는 비록 말은 못 하지만 느낄 줄 안다. 느낄 줄 안다는 사실 그것은 어느 동물에게나 있는 현상이다. 

그러나 동물은 슬프면 슬픈 대로, 기쁘면 기쁜 대로만 감정 표시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잘나던 못나던 인간이 아닌가…. 인간이기에 생각도 하고, 생각을 해서 행동을 하고, 남들과 싸움도 하고 또 남을 이해할 줄 알고, 그리고 괴로워할 줄 알고, 기뻐할 줄도 안다. 그러나 슬퍼지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그러면 우리네들은 무엇을 원하는가? 바로 편함이요, 기쁨이다. 이런 편함과 기쁨 속에 잠재되어 있는 것이 바로 웃음인 것이다.

나는 근 30년 동안이나 이 웃음을 전하기 위해서 울어 왔다. 그러나 이 울음이 정작 슬픔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모든 것이 웃음을 위해서 다져지는 재료일 뿐이다. 아무렇지도 않은 상태에서의 웃음은 싱겁다. 하지만 슬픔 뒤에 맛보는 웃음! 이 웃음은 방금 전 자기가 느꼈던 슬픔에 희망을 안겨주는 전주곡인 것이다.

얼마나 좋은 일인가!

웃을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인간에게 — 그러나 그 권리를 망실한 슬픈 사람  —  슬픔을 아는 내가 그 권리를 찾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흔히 오가는 말로 먹어봐야 맛을 안다고 한다. 마찬가지이다. 웃어 봐야 왜 웃음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웃는 사람을 우습게 보지 마라! 

웃음을 주는 사람을 우습게 보지 마라. 그러한 사람들을 우습게 본다면 진정 웃음의 의미를 모르고, 마치 한 날개를 잃은 새 꼴이 되어서 살아가는 꼴이 될 것이다. 

진정한 웃음은 웃으려는 마음의 자세, 즉 여유가 있는 상태에서만 멋있는 웃음이 나올 수가 있는 것이다. 

우리 사람들은 아주 기쁠 때도 울음이 나올 적이 있다. 반대로 아주 슬플 때도 어이없는 웃음이 나올 수가 있다.

바로 이것이 웃음과 울음의 관계가 아닌가 싶다.

웃음에는 재미가 없다. 허나 웃으려는 여유가 있는 사람의 생활에는 무한한 재미가 있는 것이다. 

나는 그러한 재미를 못 느끼는 사람에게 재미를 주고자 나의 청춘(?)을 다 바쳤다. 내가 지내 온 뒤를 쳐다보면 조금은 슬프다. 하지만 그 슬픔은 나를 보고 웃는 많은(?) 사람들의 기쁨에 묻혀 버리고 말았다.

나는 언젠가는 이 직업을 떠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웃음은 떠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1980년 1월호(통권 63호)에 실린 이기동의 글을 현대 문법으로 일부 교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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