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기고 염원하다, 팔만대장경] 초조대장경과 팔만대장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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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기고 염원하다, 팔만대장경] 초조대장경과 팔만대장경
  • 남권희
  • 승인 2022.09.28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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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의 간절한 염원, 대장경으로 새기다
『화엄경』을 돌에 새긴 ‘화엄석경(보물)’, 통일신라, 화엄사 성보박물관 소장

고려대장경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해인사에 보관된 팔만대장경을 말하지만, 고려에는 팔만대장경보다 200여 년 전에 판각된 초조대장경이 있었다. 팔만대장경이 몽골 침입이라는 국난 시기에 조성됐듯, 초조대장경 역시 거란의 침입이라는 또 다른 국난 시기에 조성됐다. 팔만대장경과 비교해 초조대장경의 가치를 조명해보자. 

 

칙판대장경과 거란대장경

대장경은 불교 문헌이 결집된 집합체다. 한문으로 조성된 최초 대장경은 북송시대 조성된 칙판대장경(敕版大藏經)이다. 중국 송(宋)나라 개보(開寶) 연간(968~976)에 주로 제작됐다고 해서 개보장(開寶藏), 혹은 개보대장경이라 부른다. 북송 때 황제의 명으로 만든 대장경이라 해서 북송칙판대장경(北宋敕版大藏經)이라고도 부른다. 판각된 이후 고려로 전해져, 초조대장경과 팔만대장경을 이루는 바탕이 된 대장경이다.

대장경은 목판으로 새겨진 팔만대장경이 가장 많이 알려졌지만, 기록 방식에 따라 필사본(筆寫本, 손으로 직접 쓴) 대장경, 금은자사(금·은 등으로 입힌) 대장경이 있다. 수록 내용에 따라 밀교대장(密敎大藏), 조성된 시기에 따라 송(宋)·금(金)·원(元)판 대장경, 가흥대장경(嘉興大藏經, 명나라 시기 조성) 등으로 다양하게 불린다. 그 밖에 발견 장소에 따라 중국의 방산석경(房山石經)이나 돈황의 석굴에서 발견된 여러 종의 대장경이 있다. 

고려의 초조대장경이나 팔만대장경은 중국의 송판, 즉 칙판대장경 체제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13만여 판, 5,040여 권 480질에 해당하는 본 장과 이후 계속해서 간행된 속간을 포함한 북송관판대장경(北宋官版大藏經)을 일컫는다. 익주(益州)에서 판각됐기 때문에 ‘촉본대장경(蜀本大藏經)’이라 부르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480질에 해당하는 본 장만을 ‘칙판대장경’으로 칭하고, 그 이후에 간행된 것은 ‘송조대장경’으로 별도로 칭한다.

중국의 다른 대장경은 한 행에 17자를 기본으로 이뤄지는데, 칙판대장경은 14자를 배열한다. 초조대장경, 금판대장경, 팔만대장경이 이 형식을 따른다. 칙판대장경과 초조대장경·팔만대장경의 형식은 같지만, 분량과 내용·글자·문장·저자·서명 등에 있어 약간의 차이가 난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추가와 생략과 같은 변화에 기인한다. 

시기적으로나 내용적으로 초조대장경에 영향을 많이 준 거란대장경은 요나라에서 조성한 것으로 ‘거란장’으로 부른다. 본문의 문자는 한문으로 쓴 것이지만, 형식은 ‘개보장’이나 초조대장경과 다르다.

 

200년 먼저 간행된 초조대장경

몽골 침입 때 불타버린 초조대장경의 실물 인출본(印出本, 인쇄본)이 점차 알려지면서, 대구 부인사에 보관돼 있던 초조대장경 관련 연구가 20세기 들어 진행됐다. 이에 따라 팔만대장경의 불교사와 서지학 연구에 집중됐던 관심이 200년 먼저 간행된 초조대장경의 조사 및 연구로 옮겨갔다. 

초조대장경의 인출본은 현재 국내에 300여 권, 일본 교토의 남선사(南禪寺), 대마도의 대마역사민속박물관, 이키섬의 안국사(安國寺) 등에 모두 약 2,500여 권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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