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낯선 손님은 주인을 불편하게 한다. 그런 손님을 흔히들 불청객이라고 한다. ‘산신(山神)’은 그런 존재다. 불교가 인도에서 태동할 때도, 중국에 불교가 전래했을 때도 산신은 존재감이 미미했다. 불교가 반도에 도래할 시기에는 부처가 오히려 낯선 손님이었다. 그래서 산신들이 거주하던 바로 그곳에 절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산신은 이방인이었거나 낯선 손님이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 17~18세기에 산신은 주인 뒤에 앉기 시작했다. 100~200년 사이 산지 가람 대부분에는 산신각, 산령각, 삼성각이 들어섰다.
20세기 전후, 국운이 다해 급격히 서양 문물이 도래하는 계몽 시대에 산신은 ‘기복 불교’라는 혹독한 비판의 대상이 됐다. 한편으로는 ‘민족주의’라는 강력한 태풍 아래, 민족·민중 신앙으로서 불교를 외호하기도 했다.
산신각에는 신심 깊은 불자들이 찾지만, 절과 관계없는 낯선 손님들도 들르기도 한다. 산속에 자리했던 당집이 하나둘 허물어지고, 바위 암각들이 주인을 잃으면서부터 만신들의 기도처가 됐기 때문이다. 늦게 절을 찾았지만 주인 옆에 자리 잡은 산신을 조명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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